A4 용지의 규격은 297×210㎜이다. A4 용지는 왜 크기를 단순하게 300×200㎜로 정하지 않고 그렇게 정했을까? 가장 큰 규격용지의 넓이를 1㎡로 정했을 때 종이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크기로 규격화했기 때문이다. 종이의 규격을 처음으로 제안한 곳은 독일의 표준화 연구소였다. 연구소는 종이의 낭비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종이의 모양과 크기를 제안했다. 종이의 모양은 이전부터 사용해온 직사각형으로 하고, 처음 종이를 반으로 자른 종이가 처음 종이 모양과 같게 했다.

63빌딩의 높이를 재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서울과학원 강석진 교수가 중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개미 허리에 줄자를 매 벽을 타고 올라가게 한다’에서부터 ‘옥상에 올라가 줄자를 늘어뜨린다’, ‘층마다 높이를 재 더한다’ , ‘설계도를 탈취한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 100명의 학생들에게 질문했는데 그중 2명이 ‘삼각형의 닮음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맑은 날 63빌딩의 그림자의 길이를 쟀더니 62.4m가 나왔다. 이 때 높이가 4m인 막대기의 그림자를 쟀더니 1m가 나왔다. 닮음비를 이용하면 1 : 62.4 = 4 : 높이가 된다. 고로 높이는 249.6, 즉 63빌딩의 높이는 249.6m라는 결론이 나온다.

A4용지의 규격이 결정되는 것과 63빌딩 높이를 구하는데 기하학이 적용된 사례다. 기하학은 영어로 지오메트리(geometry)라 하는데, 지오(geo)는 토지, 메트리(metry)는 측량을 뜻한다. 어원처럼 기하학은 고대 이집트에 홍수로 나일강이 범람한 후 토지를 적절하게 재분배하기 위해 측량이 필요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토지 측량을 위한 도형의 연구가 기하학의 기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기하학은 인류 문명의 바탕이라고 할 만큼 실생활에 흔히 쓰이는데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 준다며 수학영역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빼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연과학과 공학 등에는 필수나 다름없는 데도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기하학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반이 된다는 주장은 좀 과장된 주장일지 모르지만 자연계 학생들에게까지 기하학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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