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는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2018년 3월 14일. 또 한 번의 오욕의 역사가 반복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과 횡령 등 20여 개 혐의를 받고 검찰청에 불려 나왔다. 이 전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말은 사실 국민이 해야 하는 말이다. 국민은 자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갖고 싶다. 

현재 옥중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1980년대 이후 취임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5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추락했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지만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에서 파면돼 피의자로 입건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2시간 정도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40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으로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조가를 거부하다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강제로 연행돼 구속됐다.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 전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이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등 예외가 없었다.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후진적 권력구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 입법부와 사법부가 시녀화됐기 때문이다. 인사권과 재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등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삼권분립이 무너져 비극이 발생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의 정부 헌법 개정안이 대통령에게 보고 됐다고 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국회 헌법개정 안에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 대부분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는 의원내각제을 채택하고 깊이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이야말로 더 이상 참담한 역사가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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