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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환 문경지역위원회 위원·문경사투리보존회장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6월 13일쯤이면 산에 수풀들은 한창 물을 빨아들이고 햇볕도 가득 받아 짙푸를 것이다. 들판에는 모내기가 끝나 모가 난들난들 햇살에 흔들리고 사과 꽃 솎기가 끝난 과수원에는 열매가 아이 배꼽처럼 맺힐 것이다.

산천은 예나 변함없이 계절의 열차 위에 순행하고 말없이 우리를 둘러싸고 멀찍이 웃고 섰을 것이다. 그 사이 인간만 아수라장을 만들어 서로 잘났다고 소리치며 울고불고 난리일 것이다. 서로 삿대질을 해대며, 적 아니면 협잡꾼들이라고 핏대를 높일 것이다.

그러면서 온갖 헛공약(空約)을 쏟아낼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구 늘리기’일 것이다. 지역발전을 이렇게 저렇게 시키기 위해 무슨 공단을 만들고, 거기에 기업체를 유치해 인구를 늘이겠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고속도로, 고속철도를 끌어들여 사통팔달의 도시를 만들면 많은 물류시설과 공장이 입지할 좋은 여건이 되고, 그러면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공약을 내거는 후보를 가려낼 것이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 인구감소,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진지한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구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고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세상에 어느 도인(道人)이 있어 4년 안에 인구를 늘이고 그 지역을 뒤엎을 대책을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해 댄다면 내 한 표를 기꺼이 거두어들일 것이다.

사실 인구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유럽은 19세기 말부터 인구감소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맬서스가 주장하는 ‘인구론’과 어긋나는 현상이다. ‘1인당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들 수가 증가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난다’는 맬서스의 주장에 배치되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맬서스에 영감을 받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후 생물학계에서도 식량이 많아지면 생물의 수가 증가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옛날 맬서스가 강하게 부정했던 수명의 연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200년 이상 인식해 온 인구가 많아야 소득이 높아진다는 이론, 소득이 높아지면 인구가 많아진다는 이론들이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릿쇼대 요시카와 히로시 교수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라는 책을 통해 인구와 경제에 관해 일본의 사례를 들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인구는 이대로 방치하면 2065년에 8,1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일본 정부는 1억 명의 인구유지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이러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기보다는 불을 보듯 뻔한 인구감소를 인구 증가책으로 덮고 있다. 그것도 선거가 다가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이런 약속을 해대고 시민들은 여기에 열광한다.

나라도 이러할진대 지방은 더할 것도 없다.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 사람이 없어 경제가 안 돈다. 사람이 없어 학교가 문 닫는다는 등 시민 몇 사람이 하는 이런 말들은 선량들에게 그리도 가슴 뜨끔뜨끔한 말인지, 이에 대한 답이 인구를 증가시키겠다는 헛공약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배치는 거의 고착화 됐다. 수도권, 동서남해 연안공업권, 경부고속철도축 공업권 등. 그러면 그 남은 지역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여건변화가 없는 한 이 상황에서 그 지역이 처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그들만의 ‘이노베이션’으로 소득을 높여 잘 사는 곳으로 만드는 지혜와 약속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필요한 기업들은 제 발로 걸어올 것이며 인구유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국가적인 면에서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못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감소시대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인구문제를 들고나와 어쩌고저쩌고하는 후보가 있다면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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