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통해 내정자 ‘깜짝’ 발표…"여론 무시" 반발

지난 3월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홍 대표를 겨냥한 반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홍 대표와 친분 관계가 있는 기초단체장 후보가 단수추천이란 미명 하에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공천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홍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타 정당 대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한국당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월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대구·경북(동남풍)에서 시작해 수도권까지 바람을 일으켜 지방선거에 승리하겠다는 공언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분석에는 지난 총선에서 소위 진박(친 박근혜)으로 불리며 낙하산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강행한 홍 대표에게 강한 반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은 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동구(권기일)와 남구(조재구) 기초단체장 공천내정자를 깜짝 발표했다.

남구의 경우 중앙당의 여성전략공천 문제로 수차례 공심위 회의를 거쳐 이날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동구는 지난 6일 제10차 공심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기초단체장과 관련한 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형적인 ‘밀실공천’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상훈 대구시당 공관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들과의 통화(문자메시지)에서 “오늘 동구청장 후보자 발표는 어려울 것 같다”, “공관위 날짜를 한 차례 더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기초여론 결과가 아직…”이라며 동구 후보자 발표를 부정했다.

이날 발표 이후 모 공심위원도 “6일 오후 동구는 복잡한 사정이 있어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얘기만 나왔을 뿐 공천자 이름 등 그 무엇도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대구시당은 공심위 회의도 거치지 않고 언론을 속이며 브리핑도 아닌 보도자료를 통해 공천내정자를 발표하면서 공천자 선정에 대한 석연찮은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동구청장 후보로 내정된 인사는 4년 전 현재 바른미래당 강대식 구청장과 경선에서 낙선한 인물로 그동안 지역 언론 등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높지 않아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강 구청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공관위가 그동안 공천자 발표를 미뤄오다 주말 오후 보도자료로 ‘깜짝’ 발표를 하는 것은 지역 당원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당 동구청장 공천 후보가 전격 발표되자 바른미래당은 자신들이 바라던 인물이 결정됐다며 환호하는 분위기며 공천경쟁을 벌였던 타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주민여론을 무시한 전형적인 밀실공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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