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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환 문경지역위원회 위원·문경사투리보존회장
대구, 부산, 경남, 울산을 포함한 경북은 참으로 위대했다. 신라 1천 년의 웅혼한 화랑정신, 고려시대 찬란한 불교문화, 조선시대 꼿꼿한 선비정신을 기른 유교문화, 일제강점기 시대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의혈투쟁, 6·25전쟁 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벌였던 낙동강사수, 4·19보다 앞서 일어났던 2·28 민주화 운동,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산업화운동 등 경북은 이 나라 변혁의 변곡점에서 언제나 행동했다.

그래서 경북사람들은 서울에 가서도 기죽지 않고 사투리를 즐겨 쓰며 경북에서 온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싸나이’는 ‘갱상도’라고 폼을 잡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이 지역 출신 대통령들로 말미암아 ‘쪽’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이다. 어느새 정치적 섬이 돼 버린 것 같은 여론이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그사이에 이런 현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를 생각하면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든다. 경북사람들의 웅혼한 기상을 높이 샀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손가락질을 해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좀 ‘쪼잔한’ 느낌이지만, 그 전에 선거만 하면 경북과 같은 색깔들이 전국을 휩쓸고 전라도만 다른 색깔로 남았을 때 가졌던 느낌. 그 느낌이 이제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둘러싸이는 모양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형편에서 아주 친한 형님이 여당 지역위원장이 돼 지방선거에 나온다고 한다. 집권여당으로서 경북 전 지역에 후보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에 지역 정서가 전반적으로 여당에 불리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 여당 때처럼 이번 여당에서는 소위 ‘동진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경북지역 진출을 위해 진정이든지, 형식이든지 경북을 찾아와 지역발전을 내세우거나 중앙에서 키운 인물들을 전략 공천하는 등의 노력이 없고 그냥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방치’ 수준이라는 것이다.

안 되는 곳에서 정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되는 곳에서 힘을 기울여 승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이런 것은 경제논리에 더 합당한 것이지 정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통합의 예술인데, 이를 위해 안 되는 곳, 외면하는 곳을 찾아 진정을 보이는 것이 정치인들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서 두려움이 인다. 그냥 알아서 하라는 방관과 무관심은 우리들의 외침을 듣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경북사람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외로운 섬이 되더라도 한쪽에 ‘몰빵’을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고루 나눠 주어야 할까? 그런 선택의 날이 빠르게 다가오는데, 판단은 점점 더 무디어 간다.

그런데 생각을 한 번 더 고이고 보면 판단은 명확해질 것 같기도 하다. 누천년을 쌓아온 경북의 기상이 어느 한순간 상처받기도 하겠지만 어디 그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고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래성은 아닐 터. 또 그 상처의 잘못이 우리 민초에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경북의 민초들이 혼을 잃지 말고, 더욱더 이를 되새기며 중심을 잡는다면 파란도, 변심도 어느 땐가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북은 늘 우리나라 변혁의 변곡점에서 분연히 일어섰고, 앞장서 행동한 ‘싸나이’들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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