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은 맹사성을 사헌부 수장인 대사헌에 임명했다. 최영 장군의 손녀딸과 결혼한 맹사성의 충성심을 떠보기 위한 인사였다. 오늘날의 검찰총장격인 대사헌은 수사권과 재판권까지 쥐고 있는 막강한 자리였다.

맹사성이 대사헌으로 있을 때 태종의 사위인 부마 조대림이 역모에 연루된 사건이 일어났다. 조대림은 개국공신이자 영의정 조준의 아들로 실세 중의 실세였다. 호군 벼슬을 하고 있던 관노 출신 목인해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조대림이 군사를 동원,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헛소문을 내고 고변까지 했다.

자신의 사위가 역모에 끌려 들어간 것이 믿기지 않았던 태종은 조대림이 역모에 가담했는지를 철저히 추궁했다. 추궁 결과 목인해의 꼬임에 빠져 누명을 쓴 것임을 알고 무죄 방면토록 했다. 하지만 대사헌 맹사성은 이 문제로 태종의 신뢰를 얻느냐, 아니면 죽음이냐 하는 기로에 처했다. 법대로 하면 조대림은 형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임금은 그를 무죄방면 하라는 어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맹사성이 임금의 명을 따르면 대사헌의 직임보다 임금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과 함께 권력지향형 소인배로 낙인찍힐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대사헌의 직임대로 처리하면 태종의 성격으로 봐 죽음을 면치 못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맹사성은 죽음을 각오하고 원칙대로 조대림을 처벌하기로 했다.

“군주에게 아부하는 길은 가까우나 역사의 변절자로서 두 번이나 허리를 꺾으며 살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도 정직하고 깨끗한 관료의 길을 걷는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내 직분을 지키자” 맹사성의 각오는 단호했다.

사헌부 수장 맹사성이 부마 조대림을 처벌키로 했다는 보고를 받은 태종은 대로했다. “임금이 친히 나서서 정리한 문제를 대사헌이 들고 일어난 것은 왕권을 능멸한 도전”이라면서 맹사성을 사형시키도록 했다. 맹사성은 영의정을 비롯한 신하들의 감형 요청으로 극형을 면하고 유배길에 올랐다.

댓글조작 ‘드루킹 게이트’를 싸고 경찰과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 수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은 목숨을 걸고 직분을 지킨 맹사성의 책임의식을 돌아보기 바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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