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네번째 남북정상회담… 같은 정상의 두번째 만남은 사상 처음
한 달 만의 파격 재회… 북미정상회담 등 급박한 한반도 정세 방증
판문점선언서도 "수시 논의" 언급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정상회담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29일 만이다.

이번 회담은 시기와 형식 등에 있어 예측하기 어려웠던 ‘깜짝 회동’으로서 앞으로 남북 간에, 혹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대한 현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또 만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이 만나 회담하기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회담의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으로, 10·4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남북 정상이 다시 마주앉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선언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29일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역대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전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는 점에 비춰보면 29일 만의 남북정상회담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울러 ‘동일한 정상’이 두 번 재회한 것도 처음이다. 첫 회담부터 세 번째 회담까지는 남북 정상이 ‘상견례’와 ‘탐색전’을 겸해야 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를 생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례에 비춰봐도 이처럼 파격적인 회담이 전격 성사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최대 관문’이라 불리는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돌연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애초 계획대로 6월 12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100% 개최’를 확신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던 요즘이었다.

결국 북미대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하는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썼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번 쓰면 소진되는 카드’가 아니라 남북 정상 간 소통의 촉매제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이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는 물론 잦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미 4·27 판문점선언에서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의 올해 가을 평양 방문이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두 정상은 이번으로 벌써 두 차례 회담을 했으며, 따라서 평양 회담이 성사되면 세 번째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양 정상이 평양 회담 전에 또 만난다면 평양 회담이 세 번째가 아니라 네 번째 이상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된다면 ‘회담 정례화’ 또는 ‘수시 회담’ 흐름은 이미 시작된 것과 같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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