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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역사의 흐름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말없는 다수의 민중일까 아니면 소수의 뛰어난 리더일까.

중국 정사를 흔히 ‘25사’라고 부른다. 그 첫 번째가 사마천의 ‘사기’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사라질 뻔했던 고대사는 덕분에 고리가 연결됐다. 기원전 770년 주나라는 서주와 동주로 구분되고, 동주 왕조는 다시 춘추와 전국 시대로 나뉜다. 춘추오패와 전국칠웅으로 상징되는 대혼란을 잠재우고, 기원전 221년 최초의 통일 제국 진나라가 출현했다.

군웅이 할거하는 춘추 전국 시대는 정치가 넘치는 시기였다. 부국강병을 위해 치국의 도를 설파한 제자백가가 활약한 탓이다. 특히 전국 시대 제후국은 살아남고자 개혁을 도모했고 백가쟁명이 이뤄졌다. 전쟁이 일상화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의 방편으로 널리 인재를 구했다.

수많은 사상가는 어지러운 천하를 수습할 치세의 왕도를 외쳤다. 그 요체를 공자는 인이라 말했고, 묵자는 겸애, 장자는 무위자연, 그리고 한비는 형벌에 의한 법치를 주장했다. 결국 엄격한 법가를 채택한 진시황이 승리를 거두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인류의 족적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창안의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의 직접적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라는 소통 체계로 만물의 영장이 되었고, 문자의 기록과 농기구 사용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창의를 신장시킨 소중한 가치의 하나이다. 그 수단으로 고안된 선거 제도 또한 숙고의 발상이라 여긴다. 그로 인한 폐해가 없진 않으나, 각국의 법제로 정착된 사실을 보면 차선의 대안이 없는 듯하다.

선거제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 투표에 의하여 대표자를 뽑는 방안이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정치 분야에서 입지전적 인물이 탄생하는 훌륭한 통로가 아닐까 싶다. 만약 새로운 인재가 필요할 때 선거 제도가 없다면 어떻게 충원할까.

관료 선발 방식에 대한 논쟁의 역사는 유구하다. 공개 시험으로 실력에 의해 채용하는 과거 제도는 중국 수나라 문제 때 처음 실시됐고,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때 도입됐다. 그전까지 관직은 귀족들 세습이었다. 미천한 집안의 자제는 능력이 출중해도 기회 자체가 없었다. 공평성이 담보되는 과거제는 혁명적 변화로 사회를 이끌었다.

만사가 그러하듯 과거 제도 역시 부정적 단면도 가졌다. 이를 타파하려는 시도가 조광조의 ‘현량과’라는 혁신 조치이다. 적임자를 추천받아 면접으로 선출한 것이다. 한데 이러한 파격적 등용 방식에 허점이 더 많았다. 작금 법조계의 사법 시험 존치를 둘러싼 이견도 그런 우려인 듯하다.

언젠가 보았던 TV 장면이 떠오른다. 남태평양 섬의 어부들 셋이 물고기를 배분하는 대목. 한 명이 세 몫으로 나누고는 나머지 두 명이 먼저 배당을 가져간 다음, 남은 부분을 차지했다. 분배하는 자가 선택의 우선권이 없는지라 불만이 없었다.

좋은 영도자란 이런 일처리 자세가 아닐까. 사회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풀어 가는 공정한 감각.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방관하게 되는 현상. ‘구경꾼 효과’라고도 불린다. 지도자를 뽑는 투표도 유사한 면이 보인다. 나 하나쯤 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모래알 같은 유권자의 힘은 뭉쳐야 나온다. 다함께 투표에 적극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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