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총리 불신임안 하원서 가결…국민당 정부, 부패 스캔들로 좌초

마리아노 라호이(오른쪽) 스페인 총리가 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된 후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사회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스페인 하원은 이날 사회당이 제출한 라호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 350표 중 과반인 180표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새 총리는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맡게 됐다. 연합
부패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스페인의 우파 국민당 정부가 야당이 발의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가결돼 전격 실각했다.

차기 총선 때까지 스페인 정부는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이하 사회당)이 이끌게 됐다.

스페인 하원은 1일(현지시간) 중도우파 국민당(PP)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전체 회의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사회당이 페드로 산체스(46) 당 대표의 주도로 하원에 제출한 라호이 내각 불신임안은 이날 재적 350표 중 찬성 180표, 반대 169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표결에서는 사회당, 급진좌파 포데모스,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파, 바스크국민당 등 야권이 연대해 소수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의석 137석)과 불신임에 반대해온 시민당(시우다다노스)을 눌렀다.

이로써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63) 총리 정부는 권력을 제1야당인 사회당에게 넘겨주게 됐다.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1977년 종식되고 스페인이 민주화된 이후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으로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호이가 총리로서 6년 반 동안 이끌던 스페인 우파정부는 최근 집권당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고전해왔다.

지난주 스페인 법원은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고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국민당의 전·현직 핵심당원 29명에게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고, 사회당은 즉각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스페인의 새 총리는 페드로 국민당 실각을 주도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맡게 됐다.

경제학 박사 출신의 산체스는 유럽(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강력히 지지하는 친(親) EU 성향이다.

불신임 가결 뒤 그는 기자들에게 “스페인의 현 정치적 국면의 복잡함을 잘 알고 있으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든 정파와 함께 스페인을 변혁하고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과 곤궁함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의 시급한 사회적 요구들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체스는 트위터에도 따로 글을 올려 “스페인 민주주의가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 대화와 합의를 통해 평등하고 낙오하는 사람이 없는 국가를 건설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4위의 경제 대국인 스페인을 소수 의석으로 이끌게 된 된 산체스는 오는 4일 스페인의 민주주의 회복 이후 일곱 번째 총리로 취임해 조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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