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부·울·경 전패…영남민심, 한국당에 ‘회초리’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14일 새벽 경남 창원시 성산구 STX 빌딩에 있는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은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심은 철저하게 한국당을 외면했고, 전통 텃밭인 대구·경북(TK)만 간신히 건진 한국당은 지방권력에 한해 사실상 ‘TK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나아가 이번 선거는 TK마저 한국당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TK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며 선전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만 배출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6곳+알파(α)’라는 목표치를 공공연히 거론했지만, ‘알파’를 건지기는커녕 한국당 소속이 현직으로 있는 6개 지역조차 수성하지 못했다.

대구·경북의 승리도 압승은 아니었다.

대구와 경북에서 민주당 임대윤 후보와 오중기 후보는 각각 3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한국당 후보들을 위협했다.

대구의 경우 4년 전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의 김부겸 후보가 40.3%를 얻은 데 이은 또 한 번의 사실상 40% 득표로, 민주당의 당세가 확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북에서 민주당의 약진은 더욱 두드려졌다.

오중기 후보가 4년 전 새정치민주간판을 달고 경북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만 해도 14.9%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의 득표력을 보였다.

게다가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이후 단 한 차례도 민주당에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모두를 민주당에 내줬다. 부울경 역시 한국당의 전통 텃밭이었다.

사실상 영남 유권자들, 특히 부울경 민심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한국당의 읍소를 외면한 결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등 영남권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보수의 구심점’들이 스스로 ‘보수 궤멸’을 불러온 데 대한 좌절과 분노의 표시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홍 대표의 막말 논란과 독선적 리더십은 굳건했던 한국당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실제 선거기간 한국당 영남권 후보들 사이에서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리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이 뚜렷했다.

이 때문에 현장 지원 유세를 중단했던 홍 대표는 유세를 재개하면서 부산을 찾아가 세 차례나 큰절을 하는 등 ‘사죄 유세’를 이어갔지만 이미 돌아선 영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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