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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오천고교사
올해는 1948년 5월 10일 최초로 민주선거가 실시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지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방 분권이 동력을 잃고 선거에 대한 관심이 바닥이어도 정당이나 이념보다 정책이나 청렴하고 실력 있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권리행사이다. 우리나라에 지역주의는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갈등과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즉 경제위기와 불신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 동네’라는 슬로건을 내건 6·13지방선거에 이 땅의 주인인 유권자들이 혜안을 가지고 권리의 즐거움을 찾아 한 표의 가치를 잘 따져보고 주권을 행사 하였지는 의문이다. 투표용지는 일종의 ‘주권위임계약서’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그리고 정책과 공약을 곰곰이 따져 투표하면서 정책선거에 일조하였는지 되 집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을 ‘알아서’ 내놓는 방식이라면 영국의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공약을 주문하고 누가 더 민심을 정교하게 반영한 공약을 내놨는지가 표심을 가른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똑같은 공약을 가지고 출마하지는 않았는지, 실제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선심성 공약을 가지고 나와 유권자의 선택을 훼손하지는 않았는지, 도덕성과 전문성은 담보하고 있는지, 후보자들은 스스로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선택한 지역 일꾼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왔는지 능력과 역량이 있는지 됨됨이가 되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주권을 행사한 민주시민의 몫이다. 말만 잘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태에는 비교와 검증 자체가 어렵다. 정책은 없고 이전투구로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진 우리의 민낯을 보면서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에서 자연스러운 정치참여가 이루어져 그들의 자부심으로 내려오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인 지방자치제는 흔들리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후보 간의 흑색선전, 인신공격, 가짜뉴스로 골이 깊어진 갈등과 미움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용기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나의 한 표가 자질과 역량을 가지고 지자체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였다면 안일과 무능에 빠진 정치권을 성토하는 시간에 힘든 역경을 이겨낸 지역의 리더들과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고 고민할 수 있는 수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후보자의 공약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인지 실현이 가능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주권을 행사한 소중한 한 표가 집단을 선택하고 집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적인 무관심과 냉소주의에 맞서 정치의식과 참여의 열기를 가져야 한다. 정치는 사회 문제 해결의 수단이며 선거는 축제로 민주주의의 꽃으로 사회 문제 해결의 수단인 정치의 성격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갈등과 다툼을 유발시켜 권력다툼에 매몰되어 있다. 이는 지역 정서나 연고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 인내로 포용하고 절차와 방법만큼 결과도 겸허히 수용하면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당선자는 낙선자의 건전한 공약도 지역발전에 활용하는 포용적 리더쉽을 가져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인구공동화(空洞化)증상을 진단하여 지역인재유출을 막아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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