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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최근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포스코(POSCO) 신임회장 선출에 대한 논란이 마침내 최종 후보자가 내정됨으로써 일단락된 가운데 이제 회장선출 절차는 오는 7월에 있을 주주총회 의결만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의로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조차 회장 선출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한 만큼 선출방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개 대기업의 회장선출을 두고 시민사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하는 의구심이 없지는 않지만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지역 시민은 물론이고 알만 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포스코의 탄생배경은 여느 민간 대기업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한 창업자의 자질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작된 민간 대기업과는 달리 포스코는 우리 선조들의 목숨값으로 설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65년 한일협정 타결 이후 일본은 우리 정부에 대일 청구권 자금 명목으로 66년부터 10년간 통틀어 무상, 유상자금 5억 달러을 지원했다. 1976년 경제기획원이 발간한 ‘청구권자금 백서’에 따르면 전체 지원 자금의 23.9%에 달하는 1억1948만 달러가 포스코 설립자금으로 쓰였다. 일제시대 때 강제동원 된 우리 피해국민들이 한참 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대일 청구권 자금 지원이 이미 이루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마땅히 피해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했을 보상금이 비록 당사자의 동의를 불문하고 국가 미래를 위해 부득이 쓰였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의 목숨값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지금은 고인이 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포항제철 건설 당시 관계자들에게 ‘만약에 실패한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짓는 것’이라며 ‘실패할 경우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앞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 것 역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 정부소유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한 포스코는 이후 안팎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철강수출을 위한 대외여건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대내적으로 포스코가 늘 정치권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 고발과 언론보도로 나타난 지난 10년 동안의 부실경영 사례는 정치적 외압에 따른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포스코는 국내 대기업 중 재무 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전혀 가치라곤 없어 보이는 부실기업을 그것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하고 더 이상의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헐값에 매각하는 식의 방만한 부실 인수합병은 아무리 경영에는 문외한이라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의존성이 강한 지역경제 여건상 포스코 경영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민들 사이에선 역대 회장들과 과거 정부와의 유착설에 대한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시민사회가 제기한 선출방식의 투명성 요구는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100년 기업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면 앞으로의 50년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회장 후보 선임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상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여하튼 오는 7월 주주총회를 거치면 새로운 경영진이 출범하게 된다. 부끄러운 역사의 피해자들인 우리 선조들의 목숨값으로 이룩된 포스코는 국민 기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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