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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호국의 낙동강이 지켜주고 한강의 기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반만년 민족의 애환을 동고동락한 낙동강은 부산, 대구 영남의 젖줄이기도 하다. 남한에서 가장 긴 낙동강은 발원지 강원도부터 경북, 대구, 경남, 울산, 부산에 이르는 중부내륙의 생명수다.

낙동강 중상류지역인 안동, 상주, 구미, 대구는 낙동강 물을 먹고 마시고 씻고 한다. 물은 숨 쉬는 공기와 마찬가지로 깨끗해야 한다. 대구에서 2주 전에 낙동강 취수장에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난리가 났다. 시민들이 생수 사재기로 수돗물 파동을 빚기도 했다.

구미 국가공단 턱밑에 취수장이 있는 대구는 공단폐수로 페놀사태를 겪어 공단이 있는 한 늘 불안하다. 이제 수돗물을 믿지 못해 나도 정수기로 걸러내고 팔팔 끓여서 식수로 사용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물은 생수를 사 재 놓고 먹는 집이 늘어 수돗물에 불신 갈수록 태산이다.

물이 흐르는 신천 산책길을 걸어보면 가끔 거품이 일고 역겨운 냄새가 날 때도 많다. 큰 강인 낙동강은 주변의 생활하수와 축산폐수, 공단폐수와 합수 길목인 대구는 식수로 낙제 점수다. 취수장에서 겉물은 흘려보내고 강바닥 복류수를 펌핑하여 고도 정수처리로 공급하지만 250만 명 대구시민의 맑은 물 기대는 요연하다.

낙동강 중류에 위치한 대구가 상수원 취약지다. 지천인 신천과 금호강도 도심에 따라 흘러 생활하수와 섞이고 수량도 적어 정화 구실을 못 한다. 더구나 20여 km 위 인구 50만 명의 구미에서 쏟아지는 생활하수와 공단폐수 무방비에 손 놓고 있다.

구미 아래 감천에서 유입되는 김천의 생활하수와 김천공단의 폐수까지 더하여 대구 취수장으로 유입은 누가 봐도 식수로서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 10년 넘게 끌어온 대구 취수장 구미공단 상류 이전 객관적으로 설득력이 넘치고 미루지 못하는 한계까지 왔다.

나도 지금은 대구에 살지만 5년 전 만 해도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수돗물을 먹고 살았다. 경천대 인근 도남취수장에서 낙동강 강물을 정수하여 10km 떨어진 상주로 수도관을 타고 공급한다. 낙동강 상류 바닥 지하에서 뽑은 복류수도 걱정되어 끓여서 먹었다. 대구 수돗물 생각하면 상주와 안동 수돗물은 그대로 먹어도 되는 약수다.

대구는 경북의 생활권으로 도민들도 자주 오가며 알게 모르게 대구 수돗물을 먹게 된다. 나도 자녀들이 대구에서 학교 다니고 취직도 하여 모두 대구 수돗물이 상주보다 못하지만 먹는다. 인도에는 흙탕물 강물에 몸 담그고 씻고 먹고 하는 것을 보면 위안도 된다.

대구와 구미와 물 전쟁 10년 이제 끝장 봐야 한다. 30분 거리도 안 되는 구미시민도 대구를 안방 들락거리듯 ‘구미 물’ 따로 없고 ‘대구 물’ 따로 없다. 대구와 경북은 공동체다. 지리상 수량부족과 수질이 떨어지는 열악한 낙동강 중류에 탁한 물로 제일 피해를 보는 대구 시민 절반 이상이 근대화 시절 이사 온 고향이 경북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물은 가려 먹어야 한다. ‘그 지역에 사니까 그 지역 물 먹으라’ 는 이기주의가 대구 경북을 분열시켜 허약하게 만든다. 자자손손 후대 대구 경북 도약과 건승은 물부터 안심하게 먹도록 대구취수장 구미 상류 이전 하루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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