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지진·인구 감소·공급 과잉 등 악재 겹쳐
신규분양 프리미엄 마이너스 3000만원까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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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시 전경
포항지역 아파트 경기가 오랜 경제침체와 지진 피해, 인구 감소 추세 속 공급과잉 등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끝없는 추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포항본부 발표한 ‘권역별 2분기 경제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 5월 아파트 가격이 전월에 비해 무려 5.7%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난 2013년 11월 통계 편제 이후 최대하락 폭으로, 포항지역 경제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한국은행이나 포항시 등 관련기관이 조사한 통계자료와 실제 거래 간에는 또 다른 격차까지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포항지역 아파트 시장 부진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항지역 아파트 시장이 이처럼 급락한 데는 경기침체와 지진피해도 원인이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큰 영향은 공급과잉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에는 지난해 신규물량이 4090 가구, 올해 신규물량이 4442 가구로 2년 새 무려 8500 가구가 쏟아졌다.

이는 지난 2016년 2720 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의 경우 무려 2배나 많은 수치다.

지난해와 올해 신규분양물량이 급증한 것은 흥해읍 초곡지구와 이동 자이, 창포동 메트로시티 등 대규모 단지공급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규물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포항은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장량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분양이 잇따르면서 심각한 미분양사태가 빚어졌으나 2015년 거의 소진됐었다.

그러나 이와 때를 같이 해 2015년 말 가계대출 제한에 앞서 대형 아파트 공급사들이 앞다퉈 전국적인 분양 러시가 이뤄지면서 일찌감치 아파트 대란이 예고됐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경주지진에 이어 지난해 11월 포항지진까지 발생하면서 포항지역 인구가 3000명 이상 줄어든 것도 아파트 분양시장 추락의 원인으로 이어졌다.

포항시 인구는 지난 2015년 12월 52만463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기 시작해 올 5월 말 현재 51만6737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51만9581명이던 인구가 지난 5월 51만6737명으로 2844명이나 줄어들어 매월 470명가량이 인구가 포항을 빠져나간 셈이다.

지진 피해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한국은행 권역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지진 진앙지가 포함된 북구지역의 경우 흥해읍을 중심으로 전년동월 대비 6.8%나 떨어진 반면 남구 지역 하락률 4.5%와 비교할 때 무려 2.3%p나 더 떨어졌다.

이처럼 아파트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신규분양물량에 주어지던 프리미엄은 사라진 지 오래다.

공인중개사 정 모씨는 “포항 시내 대부분의 신규물량 아파트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1000만원이라 보면 되며, 시내 지역 모 아파트는 마이너스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며 “그나마도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는 추정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최 모씨 역시 “원래 아파트 거래를 안 한 것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포항지역 아파트 시장 자체가 멈춰 섰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소 4~5년간 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일부 부동산중개사무실은 아예 중개업을 접고 전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내년부터 정부의 3가구 이상 보유주택 중과세 방침으로 인해 매매물량을 늘어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띄엄띄엄 있던 소소한 거래마저도 아예 사라져 문을 닫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포항시가 집계한 지난 5월 중 미분양주택 소진현황을 보면 지난 4월 전체 미분양 물량 2131세대 중 한 달 동안 23세대만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포항지역 아파트 시작이 바닥세를 돌면서 포항역세권 주변 등을 중심으로 약 4000세대가량의 사업승인을 받은 주택건설업체들이 사업추진을 포기한 상태다.

B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분양 중인 아파트 분양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추가신규물량을 짓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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