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율 김천지역위원회 위원·경북보건대학교 기획처장
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직장을 구하고도 그만두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 대학만 해도 간호사를 양성하는데 4년간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병원과 같은 좋은 직장을 들어가서는 3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아서 고민이라는 간호학과장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왜 학생들이 직장이라는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할까? 어른들은 ‘세상은 학교와는 다른 곳이야. 세상이 그리 만만하니. 참을성도 없고 혼자서 자라서 자기중심적이니 직장에 잘 적응하겠어’ 이런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아마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을 것이다. 과거보다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경제적으로 뒷받침 되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보다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이 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문제의 본질은 직장을 구하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공무원이냐 이러한 브랜드가 사람의 평판(능력)을 정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들어가려고만 할 뿐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한 표현이 되었다.

통계를 보면 은퇴할 때까지 평균 3∼4회 직장을 옮긴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교육이라는 말도 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직업전환 교육을 계속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과거처럼 회사에 최선을 다하면 회사가 직원의 삶의 책임져주던 연공제, 평생직장의 시대처럼 회사에 들어가면 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능하면 입사 전부터 내가 입사할 회사가 나의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할지를 먼저 정하고 입사할 회사를 정하고 그곳에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계획한 대로 그만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할 일만큼은 분명히 하여야 하고 사직을 할 때 마무리도 깔끔하게 하여야 한다.

SNS 등 지금은 평판 조회가 가능한 시대이니 그만둘 때 잘 그만두어야 한다. 입사 전이라면 앞으로 회사를 선택할 때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면접을 볼 때도 확실하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원하든 원하지 않던 입사를 하였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그만둘 날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를 갈 때 목적지를 정하고 간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목적지는 정하지 않는가? 목적지가 정해져 있으면 스스로 믿고 그냥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직장 생활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사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경험을 쌓아서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직장은 언젠가 그만두게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직장 생활의 종착지는 사직이다. 우리는 언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이왕이면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좋겠지만, 자신의 목적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많다. 수동적으로 일에 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피동적인 내가 되게 된다.

일의 결과에 대해서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자꾸 핑계를 대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일을 피하려고 하게 된다. 내가 회사의, 일의 주인이 아니라 일이 주인이고 나는 일의 노예가 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그만둘 날을 내가 미리 정하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정년이 목적이라면 정년이 되는 날을,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선배 중에 사장이 된 분이 있으면 그분이 사장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을 기준으로 정하고, 경험을 쌓아서 사업하고 싶으면 임원이 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면 된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것은 그저 목적지에 가는 과정이 된다. 내가 선택한 꿈을 위해 경험하고 극복하고 과정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은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여러분이 일의, 직장 생활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자유롭게, 행복하게 된다. 회사도 오래 회사에 있을 직원이 아니라 마치 내 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생산성 있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왕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면 오늘이라도 나의 직장 생활의 종착역, 사직하는 날을 오늘 정하자. 그러면 직장 생활의 주인이 자신이 될 것이다. 그러면 진정으로 자유롭게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진정 이 시대의, 이 직장의,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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