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3월 15일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메모리어 채플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프랭크 버클스씨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이었다. 오바마는 성조기에 싸여 있는 버클스씨의 관 앞에서 한참 동안 고개 숙여 노병의 마지막 길에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버클스씨는 무공훈장 하나 받은 적 없는 무명용사였지만 미국 정부는 그의 유해를 링컨기념관과 국방부 청사가 내려다 보이는 수도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미국을 위해 싸운 군인에 대해서는 계급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는 원칙을 보여준 것이다. 하관식에는 바쁜 국사(國事)를 제쳐 두고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부통령까지 참석했다. 국방부 주재로 엄수한 이날 하관식에는 수천 명의 추모객들도 참석해 버클스씨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렸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공공기관과 해외 미국 공관, 미군 함정에도 조기(弔旗)가 내걸렸다.

지난 17일 포항에서 해병대원 5명이 헬기 사고로 한꺼번에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주무 장관인 송영무 국방장관은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의전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것 아니겠나”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했다. 한 순간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리고 오열하는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여기에다 사고가 난 이후 영결식이 치러질 때까지 청와대는 고위 인사의 조문도 없이 분향소에 문재인 대통령 이름의 조화만 전달했을 뿐이다. 영결식 당일 대통령은커녕 국무총리나 국가안보실장도 참석하지 않았고, 안보실 비서관이 뒤늦게 찾아왔다가 문전에서 쫓겨났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낚싯배 사고 때 긴급 성명을 내더니 군 장병 5명이 순직했는데 영결식 날 조문객을 보낸다”고 통곡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정치인들이 여럿 조문했지만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한 명도 분향소나 영결식장을 찾지 않았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 하고, 국가가 위난에 처했을 때 군인이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겠는가. 세계 최강 미국의 군사력은 비단 무기의 힘뿐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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