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료진에 폭행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년 전부터 계속돼 온 지적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응급실에서의 의료진 폭행 문제다. 술에 취한 대학생이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달 31일 새벽 구미차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20대가 차트를 작성하고 있던 전공의의 머리를 철제 혈액 거치대로 내리쳤다. 피해자는 머리를 맞아 동맥 파열·뇌진탕 등으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서 치료 중이다. 전공의를 폭행한 가해자는 전공의 외에도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들까지 위협하는 등 난동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응급실에서의 폭행과 폭언, 협박과 성추행, 기물파손 등 의료 방해 행위 근절은 해묵은 과제다. 그간 의료계가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관련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주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 취한 10대 여성이 간호사 2명을 손과 발로 폭행해 입건됐다. 또 지난달 1일에는 전북 익산의 병원 응급실에서 40대 환자가 30대 의사를 팔꿈치로 가격 구속됐다.

이 같은 응급의료기관 의료 방해 행위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에서 신고한 폭행·폭언·협박·성추행 등 응급의료 방해 행위는 893건으로 2016년 578건 보다 약 55%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벌써 582건이 신고 돼 상반기에만 이미 2016년 총 건수를 넘었다. 최근 2년 6개월간 의료 방해 행위가 총 2053건이 발생했다. 이들 의료 방해 행위자 열에 일곱은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계는 이 같이 끊이지 않는 응급실 폭행의 원인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다. 응급의료법 등 관련법에서는 의료인을 폭행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형 등 중형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실정이다. 31일 전공의를 폭행한 대학생도 술에 취한 상태였고, 초범이어서 불구속 입건했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료인 폭행은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의료 지연과 마비로 환자들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응급실 폭행을 단순 폭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지만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응급실의 폭력·주취자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해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은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하고 경찰의 주기적인 순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반의사불벌죄 조항과 특히 주취자 형 감경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벌금 하한선도 대폭 올려 경각심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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