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

“저는 U대회와 관련해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구하계U대회 당시 사업부장이었던 행자부 소속 4급 공무원 이모(54)씨가 지난달 26~27일 법조출입기자에게 자진해서 전화를 걸어왔다.

검찰의 칼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우려했음인지 해당 기자가 묻지도 않았음에도 불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그로부터 20일이 지난뒤 그 공무원은 명예퇴직을 하고 해외로 자취를 감춰 버렸다.

가족들을 국내에 남겨두고 홀로 홍콩을 거쳐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외광고물 사업자로 부터 수 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선상에 올랐던 수사 대상자가 ‘아차’하는 사이에 해외로 도피한 것이다.

뒤늦게 출국금지조치를 하는 수사에 허점을 드러낸 검찰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그 사람은 공무원이 아니다”고 반어법을 사용했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무책임하게 명예퇴직에 이어 곧바로 출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잘못됐다(뒤늦게 출금한 것에 대해)”고 말했다.

검찰은 금품수수 의혹을 사고 있는 이씨에 대해 지난 19일자로 출국금지 조치하고 소환 절차에 들어갔으나 이미 4일전에 홍콩으로 도망간 이후였다.

최근 대구지검은 불법 도청과 U대회 광고업체 선정 로비 사건과 관련, 현역 국회의원 2명을 포함 전·현직 국회의원 3명 등을 수사 사법처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대구지검에서 근례 드물게 이처럼 거물급을 수사하는 등 어려운 환경속에서 큰 일(?)을 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사 전선에 급피치를 올리면서 방심하는 순간 옥에 티를 남긴 것이다.

이씨는 2003년 대구하계U대회조직위에 파견돼 당시 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지역 광고기획사 대표 박모(58·구속)씨로부터 수 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집행위원회 회의때 사업자 선정에 일정부분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U대회 당시 ‘옥외광고사업 물량 대행 및 광고사업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지역 광고업체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대구에는 대략 1천여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것을 지금까지 한번도 못해본 (국제대회 광고수주) 것은 그분들이 그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판단이 듭니다”며 서울 업체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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