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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인 낙동강의 오염상태가 심각하다. 현재 낙동강 줄기 6곳에 대해 조류경보가 발효 중이고 그중 창녕함안보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2013년 이후 최악을 기록할 정도라고 하니 이곳을 취수원으로 둔 주민들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흘러야 할 강물이 흐르지 못한 채 보에 갇혀있으니 충분히 예견된 일이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무시한 뻔한 결과다. 환경단체들은 보의 수문을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해당 보 주변의 농민들은 농업용수 고갈을 우려해 극구 반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애꿎은 강물만 빠르게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주변 환경오염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 제련소의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봉화군 석포면에 소재한 (주)영풍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 규모의 아연을 생산하는 종합비철금속제련회사다. 지난 1960년대 카드뮴 중독으로 인한 ‘이따이이따이병’ 발생으로 폐쇄된 한 일본 기업의 자문을 받아 1970년대에 설립된 이 업체는 지난 4월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공장폐수를 무단으로 수차례 방류하다 적발된 탓이다. 하지만 회사는 국가경제력 손실을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업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돈으로 때우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경고와 고발, 개선명령 그리고 과징금 처분 등을 받아 온 터라 이번에도 돈으로 대충 잘못을 덮고 순간을 모면하겠다는 심보인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13년 이후 총 46차례나 환경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한다. 평균 40일마다 한번 꼴이다. 눈에 보이는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기업이 자연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규를 위반할 때마다 행정기관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동안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아황산가스로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고사하고 물고기 체내에서도 다량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될 정도로 주변 강물은 심각하게 오염됐다. 환경단체는 금강 하류의 장항제련소의 예를 들며 공장폐쇄가 답이라고 주장하지만 관계기관은 공장 주변 대기오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안만 내놓았을 뿐 별다른 뾰족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신임 경북지사 역시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과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강물은 날로 썩어들어가고 애먼 주민들의 생명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형산강의 지류인 구무천에서 중금속 오염이 처음 확인된 이후 아직까지 정확한 오염 원인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금속 오염 정도는 더욱 심각해져 지난 4월 조사에선 형산강 하류부터 상류까지 모두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심지어 그동안 재첩과 강도다리를 넘어 중하류에서 포획된 뱀장어에게서까지 수은이 검출될 만큼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사이 중금속 유입량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과다. 최근에서야 시는 결국 오염지역 퇴적층 내 중금속 용출 및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중금속 안정화제를 살포함과 동시에 오염 원인자를 규명하기 위한 중금속 안정동위원소비를 이용한 오염원인 추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오염 발생 만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취한 조치이고 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애초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보다 선제적으로 오염원인 규명에 나서고 오염 확산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강 전역에 걸친 오염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생태하천으로 복원을 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강을 헤집는 프로젝트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모순적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면 상수원보호구역 턱밑까지 오염의 위협을 받는 지금의 상황까지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강물오염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책임 있는 행정만이 그 심각성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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