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생활물가 상승…신차·중고차 판매 감소
카셰어링·장기 렌트 등 소비 패턴 변화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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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포항시 남구 대이동 한 중고차 업체에 주차된 차량이 꽉 차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대구와 경북지역의 자동차 시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대구와 경북의 신차 거래 대수는 총 17만3672대로 2016년 16만7572대, 2017년 16만5957대까지 3년 동안 4.7% 줄었다. 올 7월까지 신차 거래 대수는 9만4425대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0만1964대)보다 7500대가량 적다.

중고차의 경우 지난 2015년 거래 대수는 총 42만2703대며, 2016년에 47만5473대로 크게 오른 뒤 2017년 46만6562대로 다시 감소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중고차 거래 대수는 27만4508대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만1101대보다 낮은 가운데 신·중고차량 판매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시장이 줄어드는 주된 원인은 취업난 지속과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2018년 8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7월보다 1.8p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3월 96.7 이후 가장 낮았다.

100 이상일 경우 소비자가 2003년 1월~2017년 12월 평균치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며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허리띠를 졸라매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많아짐에 따라 대구·경북 자동차 시장도 때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 어려운 ‘생애 첫 차’ 마련
청년실업으로 인해 늦어지는 취업과 결혼이 첫 차 마련에 소요 되는 기간도 덩달아 길어져 자동차 시장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는 생애 첫 차 구입자의 평균 연령이 2014년 33세 수준을 유지하다 2016년 35세로 올랐고 지난해는 36세까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30대가 구매한 승용차는 13만3717대로 지난해 상반기(14만4360대)보다 8% 감소했다.

그동안 30대는 40대와 함께 자동차 구매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사회생활을 시작해 돈을 모아 생애 처음으로 차량을 구입하는 시기로 판단해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에 평균 신입사원 연령이 높아 졌으며 그만큼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자산을 30대에 형성하기 어려워졌다.

1998년에 25.1세였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 또한 올 상반기엔 27.4세로 상승했으며 30대 구직자들의 비율도 늘고 있다.

△애 키우려면 있는 차도 팔아야
자녀를 가진 부부 가구의 한 달 평균 소비지출액이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크게 높았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8세 이하 미혼자녀와 함께 사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371만6200원으로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에 비해 141만4800원이 더 많았다.

이 중에서 특히 교육비는 약 47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대의 차를 사용하던 가구들도 1대로 줄이는 등 눈에 보이는 지출을 줄이는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장량동 주민 최 모(45)씨는 “지난해까지는 출퇴근용 차량과 아내가 주로 타는 경차를 갖고 있었지만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차를 한대 팔았다”며 “기름값, 세금 등에 들어갈 돈을 아들에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작은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것
자동차 시장 감소에는 20~30대의 자동차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카셰어링 서비스, 장기 렌터카 등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사용하는 소비자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동차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2년 32만5334대에 불과하던 렌터카 등록 대수는 올해 4월 기준 76만3166대로 6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또, 지난해 전국에서 등록된 182만9988대의 신차 중 렌터카로 등록된 차량은 20만5955대로 11.3%를 차지했다.

신차 10대 중 1대는 렌터카인 셈이다.

신차 혹은 중고차를 사지 않고 사용한 시간만큼의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과 장기 렌트를 통해 차량의 필요성을 충족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량 공유 트렌드는 유지돼, 중고차를 사고파는 거래 형태는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렌트카 업체를 운영하는 A(43)씨는 “세금과 정비 등 복잡한 차량관리 업무는 업체에서 모두 처리한다”며 “차량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소비자나 초보 운전자들이 차량 구매 대신 렌트를 선택하거나 상담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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