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앞 언덕에 세계적 거장 이우환(1936~)의 설치 작품 ‘관계항(Relatum)’이 놓였다. 이 작품은 두 개의 두껍고 큰 사각 철판과 자연적으로 깎이고 그 위에 돌이끼까지 낀 큰 바위 두 개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의 정면 언덕에 놓여 있어서 포항시립미술관과 포항시의 상징적 작품이 됐다.

‘관계항’은 지극히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관계 맺음’이다. 이우환은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자로 하이데거를 들었다. 그는 하이데거가 쓴 ‘예술의 시작’에 나오는 “인간은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자연은 대지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명구에서 감동 받았다고 했다.

이런 하이데거의 철학적 통찰이 극명하게 구현된 것이 이우환의 ‘관계항’시리즈 설치 작품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세워 올리기 욕망의 가장 혁신적 소재가 바로 철이다. 이와 반대로 물질이 자연으로 돌아간 가장 근본적 형태가 돌이다. 이 두 지극히 상반된 소재들을 조금 거리를 두고 놓아두거나 그 위에 올려놓아 관계 맺게 하는 것이 이우환의 ‘관계항’ 작품이다.

‘관계’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나타내는 단순한 단어이지만 기호논리학의 중요 테제(thesis)이기도 하다. 두 개 이상의 대상(항)에 대한 술어를 ‘n(n은 1, 2, 3, 4… )항 술어’ 또는 ‘n항 관계’라 한다. 이렇게 기호논리학의 ‘관계’를 보면 미술가 이우환의 설치 작품 세계와 ‘관계항’이라 작품명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는 작은 통로가 열린다. 불교의 연기설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의 아무런 관계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나와 관계없는 것이 없다.

포항시립미술관에 설치된 이우환의 작품은 철강도시 포항의 상징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은 포스코에서 생산된 철을 사용한 가장 세계적 작가의 걸작이다. 포항의 ‘관계항’은 철판 한 장의 무게가 15t이나 된다. 이 작품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 있는 것 보다도 더 커서 이우환의 ‘관계항’ 시리즈 작품 중 가장 큰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우환의 작품으로 인해서 포항시립미술관이 국제적 지명도를 갖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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