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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행복하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해 애 낳는 걸 꺼린다’ 뜬금없는 야당 정치인의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 제안한 출산주도성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마치 청년들의 가치관이 ‘저출산’의 원인인 것처럼 들려 오해를 부른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신생아 1명당 2000만 원을 지급하고, 매달 33만 원, 20년간 국가에서 총 1억 원을 지원, 즉 돈을 많이 주면 아이를 낳을 거라는 주장은 돈이면 만사 해결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며 ‘저출산’ 해결방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약 20년 전, 공중부양 능력자라는 ‘허경영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과 꼭 닮은 주장이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이러니하다. 당시에 허무맹랑하며 허풍이라고 여겼던 그의 공약들이 상당수 현실화 되고 있는 사실에 다시금 놀라며 정치인의 ‘감언이설’은 어쩌면 그 시절보다 더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자식부자는 노동력이 부족해 자식들이 노동을 대체하던 부모님 세대에 유행했던 말이다. 평균 5남매에서 많게는 10남매가 넘는 대가족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시절, 자기 먹을 복은 스스로 가지고 태어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런 선입견에서 보는 청년들의 결혼기피와 출산 기피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자식은 부모의 분신이며 신체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자식의 아픔이 곧 부모의 아픔이고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이른바 내리사랑이다. 내리사랑은 부모의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식에게 전하는 것이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른바 사랑의 대물림인 것이다. 그런 사랑의 연결고리에서 내리사랑의 결실인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인륜의 파괴는 물론, 인구의 감소로 인한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종족 번식의 본능을 가지고 때가 되면 짝을 찾아 독립하는 것이 관례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결혼의 적령기가 20대였으나 지금은 30대가 되어도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이 결혼적령기 세대의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적 재앙인 출산기피의 책임을 청년세대의 가치관에 전가하는 것은 모순이다. 결혼은 출산을 유도한다. 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함에도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자리와 집값 폭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또한 난무하는 편견과 정책의 오류는 청년들을 절망하게 만들어 결혼할 의지마저도 꺾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열악한 경제 환경이라고 해도 돈으로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 제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혼적령기 청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랑은 행복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이다. 행복하다는 사랑의 전제에서 종족 번식의 본능을 자극시켜 짝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살만한 세상, 삶의 질을 높여 청년들 스스로가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을 때 배필을 찾는 여유도 가질 것이다. 만사가 귀찮고 사는 것이 힘든데, 무슨 사랑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 돈을 통한 출산 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 곧 헬 조선이다. 무기력한 사회제도의 모든 조건이 청년들에게 불리함은 청년들의 의지와 희망을 꺾는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가 통하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세상에서 누가 힘들게 결혼하고 분신을 낳고 키우고 싶겠는가.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정치인의 노력이 없는 한, 지금보다 더 결혼적령기는 늘어나며 높은 출산율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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