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농사 부농꿈 꾼다-손유락 포항친환경생산자유통 대표

손유락 씨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자신의 노지밭에서 자라는 부추 등 채소들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는 차를 타고도 한참을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들어가야 하는 대표적인 지역 산간 오지 마을이다.

이곳은 ‘오강지두(五江之頭 八嶺之下)’라 불리며 다섯 강의 머리이자 여덟 고개의 아래의 천혜 공간으로 예로부터 피난처로도 유명했다.

특히 해발고도 400m 이상 고랭지 분지로 일교차가 크고 청정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채소, 사과 등 다양한 특화 작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환경친화적이고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채소를 키우며 ‘돈 되는 농사, 공부하는 농부’를 추구하는 손유락(53) 영농조합법인 포항친환경생산자유통 대표.

손 대표는 약 30년 전 상옥리 고향으로 귀농, 현재 8만㎡의 밭 등을 임대(무농약 7만㎡·일반 1만500㎡)해 대부분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 비료도 최소화한 ‘무농약 채소’를 키우고 있다.
손유락씨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자신의 채소 육묘장에서 파종할 대파와 양파 육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상추, 대파, 양파, 토마토, 배추, 무, 오이, 고추 등 무려 50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주식 ‘분산 투자’와 비슷한 그만의 노하우이다.

주식 투자에서 위험을 적게 하기 위해 여러 종목 증권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서로 상쇄·완화하는 투자 방법처럼, 50가지 작물 중 가뭄과 홍수 등 기후 변수, 작황의 호·불황과 가격 등락이 절묘하게 3분의 1씩 풍작, 평작, 흉작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5년 전 만해도 토마토를 주로 했던 그는 급변하는 농업 환경과 작물 시세 반영, 위험 분산을 위해 매년 변화를 거듭해 현재 상추 등 엽채류 50%, 대파 등 조미채소 30%, 토마토, 고추 등 과채류 20% 비중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는 5개 동 6000㎡, 저온저장고와 채소 육묘장도 2개 동 600㎡도 갖추고 있다.

전체 농사에서 하우스 비율이 극히 적고 노지 밭이 월등히 높은데 상옥 고랭지 천혜 환경을 바탕으로 입맛이 뛰어난 품질 좋은 제철 채소를 가꾸기 위한 그의 농사 철학의 반영이다.

손 대표도 채소 농사 초기에는 기존에 해왔던 농사 방식을 답습하는 ‘관행 농업’을 했다.

하지만 “몸은 더 힘들더라고 더 좋은 농산물을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10여 년 전 기존 농업에서 탈피, 무농약 재배로 바꿨다.
과메기 내장 등 수산폐기물을 당밀과 섞어 발효해 만드는 액비제조기.
이를 위해 양질의 부엽토 채취와 기능성 액비 제조, 연작 피해 막기 위한 윤작, 모종의 빠른 적응을 위한 자가 육묘, 일손을 덜고 효율적인 해충포집기 설치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물을 계속 키울 때 생기는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윤작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엽채류 재배가 끝난 밭에는 과채류 등을 심는 방식으로 토양 양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추 등 모종을 자신의 육묘장에서 직접 자가 육묘를 하는데, 다른 육묘장에 의뢰해 옮겨 심는 것보다 상옥 고랭지 지역 특성과 기후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올겨울 하우스에 심어 내년에 수확할 양파와 대파가 육묘장에서 한창 자라고 있다.

특히 양질 채소를 키우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토양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상옥 농장과 가까운 산에서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 밭과 같은 방향과 고도를 택해 3종 이상의 나무 밑에서 미생물이 많은 양질을 부엽토를 정성껏 채취해 밭에 뿌리고 있다.

수시로 산에 가서 땀을 흘리며 그가 채취하는 부엽토만 한해 30~40t에 이른다.

최근 인건비 상승이 농업에서도 최대 이슈인 만큼 일손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병충해를 막기 위해 밝은 등불로 곤충을 유혹해 망에 잡는 해충 포집기를 수년 전부터 비닐하우스 마다 2~3개 씩 설치했다.
상옥 농장 가까운 산에서 채취한 질좋은 부엽토, 낙옆 등을 밭에 뿌리고 있다.
손 대표는 “포집기 설치 후 큰 인건비와 자재비를 들이지 않고도 해충 밀도가 크게 낮아졌고 해충기피제 사용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토마토 등 작물 생장 초기부터 바실러스균, 유산균, 광합성균 등을 돌려가면서 엽면 살포한다.

남다른 노력을 위해 그는 그 흔한 울릉도·제주도 여행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작물은 주인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남들은 한 달 15일 일한다면 그는 25일로 배로 일한다. 또 10년 째 작물 수확과 식재, 부직포 수거, 근로자 현황 등 하루 일과를 매일 기록하는 ‘농사 일기’도 작성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이를 살펴보며 “과거 이 때 쯤 경매 일정과 시세 변화 등을 살펴 앞으로 있을 일에 미리 대비하는 ‘농사 내공’으로 소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 기상청 날씨 체크는 기본이고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공판장 시세 등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효율적으로 해충을 잡기 위해 하우스에 설치된 해충 포집기.
이러한 노력을 함께 농업 규모와 작물 다양성, 저농약과 꾸준한 대인 관리 등 신뢰성을 인정받아 이마트 등 대기업 유통업체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그는 농업에서 유통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 우수 산지 농산물을 도심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포항시 친환경농산물직거래장터 창설에도 주도적으로 힘을 보탰다.

그는 연간 평균 2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반적인 작황이 크게 부진하면서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낙담만 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인건비 절감과 규모의 경제 등을 위해 50개에 이르는 작물을 지역 기후에 맞고 가격 변동이 적은 5가지 핵심 소득 작물로 추려 내는 계획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농사를 공부’할 계획이다.
손유락 씨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손유락 대표는 “농업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대를 선도하고 바꿀 수 없더라도 최소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해마다 어려워 지는 농민들을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소득 작물의 개발과 품질 향상에 시의 더 적극적이고 적절한 지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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