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호미문학상-신은순 '탑의 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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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콩레이가 기세를 높일 때 시작한 심사는 풀이 죽어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올해 ‘호미문학상’ 응모는 전국에서 108 분이 539편을 보내주셨습니다. 근래 일어나는 시문학의 확산과 관심이 반영된 좋은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이 ‘호미문학상’의 연륜과 권위에 걸맞게 시적 편차가 크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수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순수 서정과 현실 참여, 이미지의 지적 처리와 특정 주제의 일관된 탐색 등 근래 우리시의 다양한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 풍성한 성찬이었습니다. 특별한 현상은 ‘호미문학상’의 명칭 탓인지 호미곶을 비롯한 인접지역의 풍경과 바다를 그린 작품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고착된 상투성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기성 작품의 모방이나 유사 이미지의 전개 등은 탈락의 요인이었음을 밝힙니다.

예심에 해당되는 세 차례의 과정을 거쳐 남은 작품은 「오어사가 왔다」「겨울 수묵화」 「품격」「탑의 공중」네 편이었습니다.

「오어사가 왔다」는 낚시와 불교적 연상의 절묘한 접합으로 일궈낸 안정감이 돋보였고,「겨울 수묵화」는 한 폭의 겨울 동양화를 보는 듯 눈 위 발자국과 생의 성찰이 그윽한 정취를 느끼게 했습니다.

「품격」은 바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참신성이 빼어났으며, 「탑의 공중」은 탑의 소재인 각기 다른 모난 돌과 서로를 잡아 주는 손이 있어서 무너질 수 없는 결속을 보여주었습니다. 네 편 모두 어느 편을 밀어도 좋을 작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편에 매여 숙의 끝에 「탑의 공중」으로 기울었습니다, 이 작품은 희구하는 이념, 상징으로서의 탑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주체적 존재와 더불어 함께해야하는 내밀한 시사적 의미가 역동성을 지녔음이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온몸, 그 허밍의 바다」와 「A4」연작도 시를 끌어가는 질긴 힘으로 시의 운영에 있어서 이미 일가를 이룬 경지여서 더욱 빛을 내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시의 복이 듬뿍 내리기를 축수합니다.

시는 모시는(侍)는 일입니다. 사람과 언어와 대상을 지성으로 모시는 일입니다. 모두를 모시는 경건한 세상이 된다면 모두가 행복할 것입니다.( 진용숙, 이동욱, 박찬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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