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경 변호사.png
▲ 박헌경 변호사
10월 26일 오전에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정희 대통령 39주기 추모·추도식’이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장이 참석하지 않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참석하여 초헌(신위에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것)을 했다.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옆에 짓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의 이름을 빼고 구미근현대역사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구미시 직제에서 ‘새마을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지만 이를 일도양단식으로 한마디로 평가해 치부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박정희의 유신 집권기이던 1976년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았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1949년 중국을 적화통일한 마오쩌둥은 현대 중국의 국부로 불리운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중국을 공산화한 후 지주나 자본가 등 민간인들을 인민재판에 넘겨 수없이 처형했다. 그 후에도 대약진운동, 인민공사 그리고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홍위병들을 앞세워 무고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 마오쩌둥이 사망하기까지 중국 인민 중 최소 4500만 명이 굶어 죽고 맞아 죽었다. 마오쩌둥 사후 정권을 잡은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대신 사회주의 시장경제정책을 도입하여 개혁개방정책을 밀어붙였다. 1980년대 당시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의 정치지도자 및 대학생들은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의 국가주도 산업화 경제정책을 동경하고 배우고 공부하였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은 G2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 덩샤오핑도 공산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1989년 자유와 개혁 및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천안문 6·4민주항쟁을 탱크와 총탄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였다. 덩샤오핑은 중국인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인민해방군 5만 대군을 천안문 광장에 투입하여 중국인민을 총칼과 전차로 깔아뭉개 버렸다. 인민해방군은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하여 무자비하게 발포하였고 도망가는 시민들까지 탱크를 몰고 가서 잔인하게 짓밟아 죽였다. 시위와 상관없는 일반가정집에도 총을 난사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사살하였다. 덩샤오핑의 천안문 대학살로 1만 명에 가까운 중국 인민들이 죽임을 당하였다. 덩샤오핑은 전두환에 의하여 저질러진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훨씬 능가하는 대학살을 중국 인민에게 가한 것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공산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철권통치로 중국 인민의 개혁과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고 중국 인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03년 중국 칭화대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중국 정치인으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꼽고 두 사람이 시대를 나누어 중국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연설하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주도의 산업화 경제정책으로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을 5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굶주림에서 해방시켰다. 새마을운동으로 농어촌의 자립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의료보험정책으로 서민과 빈곤층이 값싸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식목정책과 그린벨트 정책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푸른 강산으로 바꾸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대를 막았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월 유신으로 독재정치를 강화하고 반공을 국시로 정적들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지식인 및 학생들을 탄압하고 무고하게 재판에 넘겨 처벌한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존경하는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에 비해 국민을 더 혹독하게 탄압하였다거나 그의 공과가 뒤진다고 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할 때 민주화되고 선진화된 미국이나 서구의 정치지도자와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60-1970년대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남미의 신생 후진국 정치지도자들과 비교해야 한다. 그 당시 거의 대부분의 신생 후진국에서 군사독재나 공산독재가 이루어졌고 거의 예외 없이 부패와 족벌정치로 나라를 빈곤의 수렁텅이에 빠뜨렸다. 그 많은 신생 후진국 중에서 싱가포르와 대한민국만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선진경제국으로 발돋움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수령절대주의 체제하에서 자유와 인권이 탄압되고 병영화·감옥화된 북한에서 굶주리고 헐벗은 북한 주민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빈부 격차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고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은 과에 비하여 적다고 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자취는 대한민국 근현대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이다. 구미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요 나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