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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하원 승리, 공화당의 상원 승리’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임기가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1과 공석인 2석의 보궐선거를 합친 35명을 뽑았다. 선거의 주요 쟁점은 불법 이민자 문제, 경제 문제, 의료보험 개혁, 그리고 총기 문제 등이었다. 그 결과 상하 양원을 장악했던 공화당이 하원 의석을 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기존 193석에서 28석을 늘린 223석을 차지해 과반의석(218석) 이상을 확보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2석을 늘려 총 53석으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공화당은 노스다코타, 인디애나, 미주리에서 민주당 의석을 빼앗았고, 민주당은 네바다에서 공화당 의석을 가져왔다. 50개의 주 가운데 36개 지역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일리노이, 뉴멕시코, 메인, 네바다, 미시간, 위스콘신, 캔자스의 7개 주를 되찾아왔지만 23석에 그쳤고, 공화당은 알래스카를 탈환하면서 과반이 넘은 자리 27석을 확보했다.

중간선거의 결과는 미국 헌법에 담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했다고 평가된다. 비록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예산권과 법률 제정권, 행정부 관리 소환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트럼프 정권의 정책 집행과정을 어렵게 만들거나 강도 높게 견제할 가능성은 크지만, 공화당이 하원 주도권을 잃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나 통상정책, 대북이나 대 NATO 정책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외교 정책 분야에 조약 비준권을 가지고 있는 등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가진 상원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기존의 정책 노선에서 커다란 변화는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정치외교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는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한 국내 정치의 중시이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이다. 공화당이 승리한 지역의 후보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공화당 인물들이 대거 물러나고 그 자리의 상당수를 ‘트럼피스트’들로 대체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강해졌고, 2020년 공화당 대선 구도가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을 통해 분열을 일으키는 대립의 정치가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간선거가 끝난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권은 2020년 대선을 위해 국내 정치의 역학 구도를 고려하면서 미국 국익을 위한 일방주의적 강경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는 강경한 통상정책의 유지이다. 비록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지만, 통상정책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중무역 전쟁이 중간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미국 중서부와 북서부의 쇠락한 중공업·제조업 중심의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와 중서부 농업지역인 ‘팜벨트’에서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는 여전했다. 주목할 것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농업 종사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중간선거의 결과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따라서 내년 초로 예정된 미·일 통상협정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수상에게 통상압박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중 갈등 양상이 글로벌 자유무역, 특히 동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셋째는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외교·경제의 압박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트럼프 정권의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바꿀 변수는 아닐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도하고, 상원의 외교위, 군사위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원에서 공화당 우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하원이 외교 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발생으로 트럼프 정권으로써는 사활적 이익이 걸린 중동문제 수습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시간을 두고 외교·경제적 압박을 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간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해 간섭은 하겠지만 완전히 훼손하거나 전환을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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