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위로하고 마음 어루만질 땐 수필이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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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미연
수필문학등단
전국수필대전 수상 외
수필집 '누군가 나를 부를 때'
바람을 따라 집을 나섰습니다. 산책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저수지에 닿았지요. 그곳은 별일이 있든 없든 찾아가는, 혼자만의 장소였습니다. 나 보다 먼저 온 바람이 광장을 활보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더군요. 다소 거칠지만 시원한 목소리였습니다. 휘휘 소리에 연잎들이 둥글게 만 등에 힘을 주며 군무를 추는 듯 했습니다. 갈대는 휘어진 등뼈를 드러내며 하얀 언어들을 마구 쏟아냈는데 바람소리에 묻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저수지는 순식간에 푸른 뒷모습으로 가득했습니다. 가을바람에 연잎의 군무가 한창인 오후였지요. 그 틈에 끼어 둘레길 난간에 기대어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로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

늘 만나던 사람인데도 어느 날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수필이 제겐 그랬습니다. 삶을 위로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는 으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늘 글에 대한 생각으로 깨어있어야 한다고 일러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곁에 있어 행복한 문우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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