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서도 6건 발생…소방시설 기준 없어 화재 위험 노출
전문가들 "소방시설법의 특정소방대상물 지정·기준 개정 필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급증하는 태양광발전 시설에 화재가 잇따르자 소방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55분께 영주시 장수면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샌드위치 패널 건물 33㎡와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에 설치된 리튬 이온 배터리 374점을 모두 태우는 등 소방서추산 7억 225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태양광 발전소 시설은 1500kWh 규모로 지난해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오전 5시께는 예천군 풍양면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시설 창고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태양광 패널을 보관하는 100㎡ 크기 창고가 전소하는 등 소방서추산 6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북·대구지역에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6건이며 전국적으로는 75건에 이른다.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태양열 발전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25건으로 집계되며 꾸준히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전수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 관련 소방시설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태양광 발전시설이 늘며 덩달아 높아지는 화재 위험성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시설인 ESS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며 발전 시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ESS 관련 화재 사고 10건 중 9건이 올해 발생했고 피해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적합한 소방시설이 적용되도록 소방시설법의 특정소방대상물 지정과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ESS 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설비는 소화기 등의 가스계소화설비뿐이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1100℃까지 오르는 열을 냉각할 수 없어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조기 화재 감지기 또한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일반 소방대상물에 설치되는 열·연기 화재감지기는 조기 화재 감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기흡입형 연기감지기나 가스감지기 등의 설치를 통해 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조기에 감지해 불이 커지기 전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태양광 발전 시설에 사용되는 장비들의 특수성을 포함하는 소방안전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며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앞장서는 미국이 보유한 소방안전관리 기준을 우선 벤치마킹해 한국에 맞게 보완해나가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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