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3인조 보험사기 일당이 주택가 골목길에서 고의로 승용차 사이드미러에 손목을 부딪치는 모습이 주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구경찰청 제공.
임신한 미성년 동거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네 후배들과 짜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여 범행을 밝힌 대구 남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우영선 경사는 “미성년 후배들을 범죄에 끌어들인 아주 나쁜 선배였다”며 “매우 치밀하게 계획하고 증거도 인멸하는 등 죄질도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3인조 보험사기단의 수법은 이렇다.

주범 A씨(20)는 16살의 동거녀가 임신하자 초음파 검사비와 빈혈약 구매비 등이 필요했고, 동거녀 친구인 B양, 후배 C군(17)과 보험사기 범행을 공모했다.

A씨는 먼저 B양의 휴대전화에 즉석만남 채팅앱을 설치한 뒤 37살의 K씨를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식당으로 유인했다. 9월 8일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다. B양을 식당으로 보내 K씨를 만나게 했고, 둘은 소주 2병을 나눠 마셨다. B양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A씨의 지시를 받고 “근처 우리 집으로 가서 술을 한 잔 더 마시자”면서 K씨가 음주 상태로 운전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A씨는 후배 C군과 함께 차량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손목을 부딪친 뒤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고 장소를 물색했다.

새벽 5시 4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의 첫 시도는 실패했다. C군이 K씨의 승용차 조수석 사이드미러를 노리고 일명 ‘손목치기’를 시도했으나, K씨가 차량을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B양은 K씨에게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집 위치가 헷갈린다고 속여 또다시 범행 장소로 유인했다. 이번에는 절묘한 시점에 운전석 사이드미러에 손목을 부딪쳤다.

A씨와 C군은 K씨에게 음주 운전을 약점 잡아 돈을 요구했고, K씨는 스스로 112에 접촉사고 신고를 했다. K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훈방수준이었다. C군은 보험회사로부터 37만8660원을 타냈고, A씨에게 동거녀 병원비에 쓰라며 전했다.

“B양이 억지로 술을 먹이고, 모텔 대신 굳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으로 가자면서 골목길을 세 번이나 돌도록 유인했다”며 사고 경위가 미심쩍다는 K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범행을 밝혀냈다. 지난달 23일 A씨 등 3명을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3인조 일당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범행을 위해 주고받은 SNS 메시지 등 일체를 삭제했고, 먼저 수사 대상에 오른 C군은 공범을 숨기고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영선 경사는 “A씨가 동거녀 휴대전화로 채팅앱에서 남성을 유인한 뒤 고의 접촉사고를 낸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들을 모아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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