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구 중구 약전골목 서편주차장. 총 17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보도에 차량 20여 대가 들어서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 중구 약전골목 서편주차장 입구에 작은 녹지공간은 5년 전 인근 약제 상인들의 쉼터였다. 당시 무성한 나뭇잎이 만들어주는 그늘 벤치는 상인들이 함께 차를 나눠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4월 대구시설관리공단이 민간에 위탁하면서 상인들의 쉼터는 주차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2일 오후 이곳 주차장에는 총 17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 보도까지 20여 대의 차량으로 채워졌다. 앞서 주차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는 벤치 한 개는 다리만 남은 흉물이 됐고 벤치 주변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뒤덮였다.

인근 공중화장실은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쉽사리 이용할 수도 없다. 공중화장실 앞 보도 위로 차량 2대가 버젓이 주차돼 화장실을 가렸고 청결 유지에 힘이 부친 위탁 업자가 평소 화장실 문을 잠가놓기 때문이다. 이용하려면 주차장 직원에게 연락해야 한다.

주차장 인근 상인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주차장 운영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약전골목 서편주차장 입구에 있는 벤치가 무성한 풀로 뒤덮이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량이 벤치에 바짝 붙어 있고 앞서 주차하던 차량과 충돌해 부서진 벤치는 다리만 남아 있다. 전재용 기자.
주차장 옆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도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장애인들이 쉬는 시간에 햇볕을 받던 공간이 불법주차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작업장을 운영하는 장모(59) 씨는 “시설관리공단에 10여 차례 항의 전화를 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차라리 공단에서 녹지공간을 주차장으로 증축하거나 녹지공간을 관리하는 등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설관리공단은 약전골목 서편주차장의 주차면적은 총 17면으로 협소한 것에 비해 이용자가 많아 제지할 경우 다시 민원이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주차장이 무질서하게 운영되는 것에 대한 민원을 위탁 업자에게 수시로 알리고 있지만, 역으로 주차장에 주차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해당 주차장은 직원 인건비를 마련하기조차 쉽지 않아 위탁 업자의 애로사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단에서 오는 2020년까지 민간 위탁한 노외주차장을 대상으로 통합관제센터를 만들어 직영으로 전환하면 약전골목 서편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해소될 것 같다”며 “올해 21개소를 먼저 바꿨고 남은 공영주차장도 차례로 직영 전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