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절차탁마로 내 글의 울타리 넓혀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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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란
경북 봉화 출생
계간 《영남문학》 신인작품상 수필부문 등단
고모령 孝예술제 문예작품공모전 수상
진한 녹음을 밀어내고 알록달록 새 옷 갈아입은 나뭇잎들을 보며 감응에 젖는다.

무심코 바라보던 저수지의 물빛도 문뜩 눈이 시리게 차다. 하늘을 올려다 볼 틈이 자주 생긴다. 방아깨비의 팔꿈치와 여치의 짧은 무릎이 생각나기도 하고, 우수 어린 표정으로 과묵함을 잔뜩 몰고 있는 모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래, 나는 가을을 타고 있었다. 가슴 언저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들이 무수한 활자들로 엄습하여 필이 오고 있었나보다. 그 와중 폰이 울렸다. “수상을 축하 합니다.” 라는 소식에 필이 감격의 물결로 묻혀 버렸다. 너무 기뻤다. 얼굴은 미소 짓는 부동의 가면이 되어 버렸고 온 몸은 스톱모션으로 자판기를 두드리던 손끝이 멈춰 버렸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언어의 갈증을 찾기 위해 창작교실을 찾았었다. 평소에 백인백색의 글을 읽기만 하였는데 창작실전을 통하여 필력을 연마하는 중이다. 몇 학기동안 수업을 받는 중에 올해 등단의 문도 통과했다. 직장 일과 집안일로 바쁜 생활 속 레일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짧은 근시안적 안목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만 않았다. 켜켜이 나이테처럼 내부에 축적된 언어들을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불러내어 내가 살아온 시간의 얼굴들과 마주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특색으로 글을 쓰듯이, 끊임없는 절차탁마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여 내 글의 울타리를 넓혀가 보련다.

해마다 문학인들의 가을 글밭을 만들어 주신 경북일보사에 감사드린다. 아직 설익은 풋과일처럼 풋내 나는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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