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정신력·신념 바탕, 축적된 경험·노하우에 AI 접목…세계 최고의 스마트제철소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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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는 시련을 기술성장의 디딤돌로 활용했다.
‘제철보국(製鐵報國)’ 의 포스코 5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 볼 때 포스코가 반세기동안 대한민국을 세워 온 힘의 원천은 “기술(技術)” 이다.

어깨 너머로 라도 배울 만한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오늘날 세계 최고수준의 철강기술력을 갖춘 것은 노력이나 테크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포스코만의 ‘정신력’과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50살 포스코, 지금은 명실상한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설립 초기 영일만 거센 모래바람앞에서는 바람 앞의 작은 촛불.

포항제철소가 건설되기 전까지 한국 철강산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고 겨우 포항 영일만으로 제철소 입지는 결정됐지만 우리의 기술력은 제로.

특히 건립 및 운영 자금 문제로 부딪친 첫 난관.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에서 약속한 제철소 건립자금 지원이 무산된 것은 자본과 경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이 없는 이른바 ‘3무(無)’ 업체에 지원금을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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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초기 수많은 외국 기술고문에 의존했다.
제철소 건설초기 일본과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 수많은 철강선진국의 기술자들이 기술고문으로 포항에 상주했지만 그들이 쉽게 기술노하우를 우리에게 줄 리가 만무했다. 통하지 않는 언어로 수없이 묻고 또 묻고 숙소에 찾아가 애걸복걸까지 했다. 포스코 직원들이 외국 제철소에 기술연수를 갔지만 기술유출을 꺼리는 그들의 철저한 보안통제로 사진 한 장 찍어 올 수 없었다. 그래도 포스코사람들은 대단했다. 수십 명이 일본 제철소에 연수를 가면 일일이 눈으로 담아 온 ‘청사진’을 귀국후 연수팀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퍼즐 조각을 맞추듯 기억을 맞춰가며 한 장의 설계도면을 뽑아 내고야 만다.

이 한 장 , 한 장의 피말리는 노력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철강기술력으로 포항제철소를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로 만들어 가고 있다.

포스코는 본격 조업을 시작한 1972년 이후 일관제철기술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포항1기 설비를 가동한 1973년부터 3기설비를 가동한 1978년까지는 선진기술 도입 및 해외연수를 통한 조업기술확보, 생산 강종의 확대, 품질향상을 위한 사내표준화 등을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또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자력 기술개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회사 창립당시 건설지원을 목적으로 설치하던 기술부조직을 포항1기 설비가동전인 1973년1월 조업대비조직으로 개편하고, 기술실을 신설했으며. 1977년에는 기존 기술관리부서를 기술관리실과 기술연구소로 분리하는 등 본격적으로 기술관리와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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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소 곳곳은 쇳물 외에 기술이 녹아내리는 곳.
1979년부터 1981년까지는 기업체질 강화를 목표로 도입기술을 개량하고 고도화한 단계. 포항2기 건설로 조강연산 260만톤 체제를 구축한 포스코는 계속적인 설비확장으로 1978년12월에 3기, 1981년2월에 4기 건설을 마무리하는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내철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정 생산체제를 구축하는데 힘썼기 때문에 제품은 보통강이 주종을 이뤘다. 그러나 1978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국내외 철강경기의 침체와 함께 선진국의 경계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선진철강기술의 도입이 어려웠다.

따라서 포스코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자력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집중적으로 쏟기 시작했다.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이 시기에 광양1기 및 2기 설비가동, 포스텍 개교, 산업과학기술연구소 출범 등이 이루어졌다. 또 기술개발 활성화방안의 하나로 1983년4월에는 기술분임 토의제도, 1988년 제철기술상포상제도, 1989년기술부회, 기술부회전사발표회 등을 도입하여 큰 성과를 거뒀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는 광양3기 및 4기설비와 스테인리스공장의 본격가동 및 냉연ㆍ표면처리설비의 확장 등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고부가가치제품을 제조하기위한 기술력확보가 시급했다. 1991년5월에는 기술경쟁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 필요한‘당면30기술과제’를 도출하여 병행추진함으로써 선진철강사가 이전을 기피하는 신기술을 자체개발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1995년 이후에는 코렉스공장과 미니설비를 가동하고, 용융환원제철기술, 스트립 캐스팅 기술 등 첨단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고유기술의 상업화도 이맘때부터 본격 진행되었다. 1990년 말 세계철강업계는 박슬래브주조공정, 박판주조공정 등 새로운 공정생략형 주조기술의 개발과 상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포스코는 이 가운데 파이넥스공법의 상용화에 주력했다. 이 공법은 원료탄과 철광석을 사전처리하는 코크스공장과 소결공장이 필요없기 때문에 고로공법에 비해 설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고, 값싸고 풍부한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저가의 일반탄을 사용할 수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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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적 제선공법인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세계최초로 파이넥스공법 상용화에 성공한 포스코는 1999년 11월 오스트리아 푀스트알피네와 파이넥스 공법 공동 개발협정을 체결하고, 2001년1월30일 연산6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데모플랜트를 착공하여 2003년5월29일 준공했다.

포항제철소는 2003년 파이넥스 1공장을 가동에 이어 2007년 그 규모를 150만톤으로 늘려 2공장을 지었다. 이어 2014년에는 기술과 생산 규모를 업그레이드해 200만톤 규모의 3공장을 만듦으로써 기존 용광로 공법에 버금가는 조업 생산성과 안정성,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3공장은 1, 2공장을 운영하며 쌓은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투자비로 약 30% 더 많이 생산이 가능한 혁신공법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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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광로와 파이넥스공법의 쇳물생산공정 비교.
파이넥스 공법이 전 세계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제성을 갖춘 상용 설비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제철 기술이기 때문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2015년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 적합’판정을 받았으며, 같은 해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에 선정되어 대한민국 대표 기술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쉼 없이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힘 쏟아 온 포스코는 이제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철소 전역을 인공지능화 하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들어갔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지난 50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 공급하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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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소는 세계 첫 철강 스마트팩토리.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철강연속공정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을 자력 개발하고 생산공정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인공지능 제철소로 탈바꿈을 추진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포스코는 무(無)장애 조업체계를 실현하고 품질 결함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불량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더불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한 생산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에 ‘스마트 데이터센터’를 가동했다. 이 센터는 본사 전산실과 포항제철소 내 32개 공장에 설치된 IoT 센서를 통해 얻어진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하는 곳으로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술 제로(zero)의 포스코가 반세기동안의 기술개발 노력 끝에 세계최고의 스마트제철소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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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웅 작가·콘텐츠연구소 상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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