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소련은 서방에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3억 달러 예산으로 제트기 제조를 위한 서방과의 합작에 참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3억 달러는 엄청난 큰 돈으로 서방의 각 비행기 제조회사들은 군침을 삼켰다. 그런데 소련의 합작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합작회사에 직접 인력을 보내 참관하겠다고 했다.

미국 보잉사는 소련의 합작제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간부회의를 열었다. 선진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참관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겉으로는 합작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은 기술을 훔치는데 목적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격론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묘안을 찾아 냈다. 제트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특수합금을 숨기자는 것이었다. 다른 기술은 도둑맞아도 이 기술만 확보하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보잉사가 소련에 합작을 받아들이겠다 통보하자 소련 참관인단이 곧바로 보잉사에 파견됐다. 참관인단은 조용히 자기 일에만 열중할 뿐 의심받을 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참관인단이 특수합금에 대해 물었으나 보잉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 이상 더 캐묻지 않고 참관인단은 소련으로 돌아갔다.

그 후 소련으로부터 합작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다른 회사와 합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없었다. 소련의 무응답에 애를 태우고 있던 보잉사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소련이 자체적으로 제트기를 제작했다는 언론 보도였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된 보잉사는 난리가 났다. 보잉사는 어찌 된 일인지 연유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냈다. 보잉사의 극비 보안 기술을 훔친 주범은 소련 참관인들이 신고 온 신발이었다. 신발 밑바닥에 특수자석을 부착, 회사 내 깔려 있는 특수합금재료의 가루들을 흡착했던 것이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이 전 세계 기술을 도둑질 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역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놔 주목을 끌었다. 도둑질 대상국엔 한국도 포함돼 있었다. 무턱대고 남을 의심해서도 안 되지만 경계하는 마음이 소홀해서도 안 되는 것이 세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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