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설비서관 시절 모든 것 연소…'아침편지' 쓰며 치유"

고도원 국립산림치유원장이 대구를 찾아 ‘아침편지’를 작성하게 된 이유와 상황, 치유의 정의 등을 들려줬다.

고도원 국립산림치유원장은 평생을 글쓰기에 헌신한 인물이다.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청와대 근무 당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연소 됐을 때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 생소했던 ‘힐링’을 들여왔으며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방법을 알려주는 개척자가 됐다.

고 원장은 지난 18일 대구인생백년아카데미 강연을 위해 최근 대구를 찾았으며 시청 별관에서 만나 아침편지를 보내게 된 이유, 진정한 치유의 의미 등을 들었다.

-일간지 기자로 대통령 연설 비서관으로 글쓰기가 천직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글쓰기와의 만남은.

△시골의 자녀들 많은 목사집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교회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일을 돕기도 했다.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여러 곳을 돌다 보니 학교 생활이 힘들었다. 체구도 작아 요즘 말로 왕따를 당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독서가 유일한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책을 벗 삼아 읽다 보니 나만의 독서카드가 만들어졌다.

한번은 글짓기 대회에서 가장 좋은 상을 받았다. 주제가 ‘비’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도 한 번도 찡그리지 않으셨다.

밤늦게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콧노래를 부르셨다. 어머니가 부르던 콧노래를 비에 투영시켜 글을 작성했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하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희극적으로 표현하면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렇게 독서와 함께 글쓰기가 평생을 함께하게 됐다.

-1971년 연세대 신학과로 진학했고 구속까지 당했다.

△대학신문인 ‘연세춘추’ 편집국장을 맡아 4학년 때 칼럼난에 사회를 비평하는 기명 칼럼을 작성했다.

곧바로 ‘긴급 조치 9호’로 적발 돼 제적당했다. 여러 고초를 겪다 보니 직업을 갖기 힘들었다.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대여도 해봤고 일을 돕던 아내가 유산까지 경험하는 등 힘들었다.

10년 동안 확실한 직업 없이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하게 됐고 연설비서관까지 역임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이런저런 시련이 글쓰기에 많이 도움이 됐다.

삶이 그런 것 같은데 하나의 변곡점, 포인트가 인생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정확한 포인트, 목표가 있다면 삶의 길을 잃지 않는다.

힘든 가운데도 그런 포인트를 알게 모르게 가졌던 같고 그것이 지금의 바탕이 됐다. 

-아침편지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통령 연설문 5년을 쓰다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쉬는 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쓰러져 의식을 잃기도 했다.

모든 것을 연소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독서카드를 다시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써야 했으며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연설문은 공적인 글로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편지는 정서적으로 부드러운 글이다.

2001년 8월 처음 편지를 보냈다. 이메일이 보편화 되기 시작한 초기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385만명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으며 글을 쓰면서 치유했다.

-매일 편지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량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아침편지문화재단과 깊은 산속 옹달샘 명상치유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편지를 보내게 됐다. 치유센터는 아침편지와 확장 개념으로 만들었다. 센터는 쉬는 공간, 치유의 영역이 넓어지는 곳이다. 

편지 소재는 다양하고 긍정적·희망의 언어를 이야기한다. 거창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부담만 늘어난다.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다. 예를 들어 명상에 빠져 고요한 시간을 갖거나 천천히 걷기, 차 마시기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감이 떠오른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고 있다.

-치유센터에 이어 국립산림치유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치유센터를 국가기관에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산림청에서 요청이 왔고 치유를 체계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산이 많다. 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숲 가꾸기가 휴양림으로 변했고 이제는 치유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개념이 바뀌고 있다.

산에 가면 살아난다는 말이 있다. 자연 치유력이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심신을 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산림을 이용한 치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치유프로그램이 접목돼야 진정한 치료가 완성된다. 자연 명상, 걷기 명상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힐링 교육으로 전문치료사도 양성 중이다. 

15년이 경험을 통해 세계적인 산림치유원이 랜드마크가 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치유는 이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치유원이 그런 대표적인 공간이 되고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치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수영을 어린 시절 배운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수영을 할 수 있다.

만약 바다에 빠지는 등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수영을 배운 사람과 그런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다.

치유를 배우는 것도 비슷한 의미다.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배운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치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명상, 생활치유가 그래서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삶의 현장에서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

약이 아닌 방식으로 독소를 빼내는 것이다.

배우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며 그것을 돕는 것이 센터고 치유원이다. 감정조설, 스트레스 해소법 등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치유와 함께 비전과 목표를 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마음을 치유한 뒤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꿈을 이룬 다음의 꿈은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설정해야 삶의 원동력이 된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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