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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의원님은 왜. 발언 한마디 안 하시고 회의 때마다 자리를 비우세요. 지역구를 위해, 시민을 위해 발언 좀 하세요. 아니면 편들기라도 하든지.”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누워서 크는 콩나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 대신 다른 의원님들이 발언하잖아요. 저는 다른 분들께 기회를 주는 겁니다.” 오래전 현역의원 시절, 회의 때마다 정족수만 채우고 퇴장하는 동료의원과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먹는 콩나물은 시루에서 재배한다. 성장하는 콩나물은 대체로 바르게 자라지만 때로는 옆으로 누워서 크는 것도 있다. 하지만 바로 크든지 누워서 크든지 시루의 콩나물은 사람 입에서는 같은 맛이며 같은 콩나물인 것이다. 결국 자신도 말은 안 하고 회의에는 관심도 없지만 같은 의원의 신분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議員’ 국회나 지방 의회의 구성원으로 의논해서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議는 의로운 의에 말씀언이다. 즉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해야 할 마땅한 도리를 말로서 논의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며 경거망동하는 선출직 의원이 중앙과 지방을 넘어 존재하고 있음은 매우 유감이다. 매스컴을 통해 볼 수 있는 삿대질까지는 애교로 볼 수 있지만 험악한 막말을 넘어서 몸싸움까지는, 국민들에게 ‘극혐’ 그 이상이다. 직분에 충실한 의원이든, 자신의 영달을 위한 자기 정치를 하는 의원이든, 시민에게는 똑같은 의원이며 임기 동안 같은 자격이 주어진다. 시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책임은 뒤로하고 권한만 누리는 일부 의원들에게 시민들은 불만과 이의를 제기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특히 지난 6·13 지방선거와 같이 변화의 바람에 ‘어쩌다 입성한 지방정치인’의 경우 자격 시비와 곱지 않은 시민의 여론은 시작부터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누워서 크는 콩나물인 줄 모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으며 설사 안다고 해도 당사자의 의지가 아니면 특별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21명의 현역 의원 인적 쇄신 대상을 발표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비대위의 발표는 한마디로 ‘감동 없는 인적쇄신’이며 나아가 얄팍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다수의 여론이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몰염치함은 반성 없이 틈만 노리고 있는 기회주의이며, 보이지 않는 친박과 비박의 세력다툼에서 일시적 비박의 승리를 잠시 연출했을 뿐이라는 평가이다. 열린 자세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의 유연성을 주문하는 자유한국당의 강령과는 관계없이 일신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탈당과 복당을 반복할 수 있는 철면피한 모습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다. 의로움은 고사하고 정당의 배분 몫인 위원장 자리는 두고 가라는 몸싸움을 보면서, 마치 욕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도 있다는 ‘파우스트’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이 기대하는 최고의 혁신은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정도 이상의 아주 심할 정도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처절한 마음이 없으면 국민은 감동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외치며 겉옷만 갈아입는 모습은 자기혁신은 뒤로하며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양 상대의 실책을 통해서만 현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기회주의일 뿐이다.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아! 옛날이여를 외치며 한 번만 더” 를 노리는 저들만의 식상한 정치이기에 감동은커녕 계속되는 실망감에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새해 새 아침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지 말고 나라와 민족,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하라’가슴 깊이 울리는 한국 정치판의 전설적인 선거 전략가의 생전 육성이, 다시금 기억나는 것은 정치인의 순리를 주문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선출직 의원의 직분과 의로움에 한계를 두고, 옆으로 ‘누워서 크는 콩나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될까? 당사자만 모르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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