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열린다. 이 박람회는 미국의 600여 전자업체 모임인 가전제품제조업자협회(CEA)가 해마다 여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이다. 1967년에 제1회 전시회를 연 이후 매년 1월에 열고 있다. 전시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회사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첨단 제품을 선보인다. 이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 가전업계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전자제품이 된 자동차까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시 첫날인 지난 7일 인상 깊은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도로를 자율주행 중이던 차량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이다. 사고는 미국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행사장 인근 도로에서 일어났다.

사고는 러시아의 한 로봇 제작업체가 해가 진 후 자사 인공지능(AI) 비즈니스용 로봇 ‘프로모봇’들을 행사장으로 운반하는 도중에 일어났다. 여러 로봇 중 한 대가 무리를 이탈해 주차장 근처 도로로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프로모봇’은 길을 지나가던 자율주행차에 살짝 부딪혀 그대로 길가로 쓰러졌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차를 피하지 못했고, 최첨단 기능과 기술이 탑재된 테슬라의 자동차도 로봇을 피하지 못하고 친 이후 50m 정도 더 지나가서야 멈춰 섰다.

이 사고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의 한계를 드러냈다’거나 ‘머리와 몸체, 팔, 이동장치 등 거의 모든 부품이 파손된 로봇의 보상 문제’ 등을 말하지만 이 사고는 ‘사건’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사고가 미래 산업의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AI와 자율주행차를 미래산업으로 잡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도 미국에서 열리는 이 행사장을 찾아갔다. 이 ‘AI로봇을 치고 뺑소니 친 자율주행차 사건’이 경북과 대구가 미래 산업으로 AI와 자율주행차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명확히 보여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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