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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27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간한 ‘2019 국제정세전망’에 따르면 2019년 국제정세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부상과 맞물려 자국 중심주의 강화, 민족주의 표출,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확산 등으로 인해 자유주의 기반의 약화와 인종·종교·종파·종족 등 다양한 정체성에 기반한 집단주의인 소위 ‘부족정치(tribalism)’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책 양상인 ‘배타적 대중영합주의’의 확산이 예견된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자국 우선주의 현상이 강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과 경쟁의 지속 및 심화, 중동 및 유럽 여러 나라의 관여를 축소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불확실성을 초래할 핵심어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지위를 버리는 미국, G2 페이스 조절에 나선 중국, 유럽을 뒤흔드는 브렉시트(Brexit), 테러 위협을 점증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관계, 각자도생으로 흐르는 동아시아, 급진전이 어려운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 등으로 나열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쟁점화되고 있는 글로벌 문제가 공리주의와 포퓰리즘의 투쟁으로 파생된 규범의 충돌에 의한 새로운 국제정치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2019년 세계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무엇이 뚜렷한 조류인가?

첫째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지난 9일 베이징에서 미-중 차관급 무역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에서는 미국은 중국에 자국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했고, 중국은 미국에 자국의 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들은 양측 대표단이 매우 복잡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했고, 이 중 중국의 추가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구매, 중국 시장 개방 문제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상태로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경제가 영향을 받는 중국이 협상에서 현실적인 입장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 결과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우려 요인이 있지만, 이번 협상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며, 글로벌 경제정책은 실물경기 둔화 흐름을 반전하기 위한 정책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전망했다.

둘째는 브렉시트이다. 지난해 11월 25일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합의안을 승인했지만, 영국 내 정치적 반대가 커 무질서한 탈퇴(No Deal Brexit)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라면, 브렉시트가 EU 27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에 미칠 충격을 보면,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총생산 감소가 0.04%에 그치겠지만, ‘노딜 브렉시트’로 갈 경우 최대 1.5~1.6%로 감소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직면하면,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최대 8%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번 달 15일 예정된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 유럽 대륙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민 사이에 찬반 시위가 연일 펼쳐지는 가운데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 리스크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는 중동정세이다. 아랍의 봄이 10년 전에 있었지만, 평화와 민주화, 안정이 중동에 정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오래된 갈등은 계속되고, 새로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은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대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중동지역으로 정치적 쟁점을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18년 말 트럼프 정권은 시리아 북서부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 2000명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예측 불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시리아 분쟁, 예멘전쟁, 페르시아 걸프 위기, 이란과 미국의 대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과 같은 중동지역 내 갈등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과 평양은 한반도 비핵화를 동인 할 수 있는 전략적 합의를 했음에도 후속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조차 열지 못하고 ‘기 싸움’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 불행 중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화답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야의 부정적 분위기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다시 말하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이 어떠한 진전된 비핵화 방안에 합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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