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일기자

최근 중소기업청은 포항 죽도시장 등 5개 지방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시장상품권을 전국 1천700여곳의 시장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상품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장에 와 보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정작 포항 죽도시장을 비롯한 지역 시장의 반응은 중기청의 발표에 냉담하다. 공동상품권 발행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 발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시장번영회, 어시장번영회 등 3개 단체 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곳은 상가번영회 뿐으로, 다른 단체는 상품권의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상품권의 사용이 가능한 점포는 전체 1천300여 점포 중 의류와 채소, 과일,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상가번영회 소속 460여 곳의 점포에 한정돼, 외지 관광객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많이 찾는 130여 곳의 회상가나 식당 등은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죽도시장의 각 단체조차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 공동상품권 발행과 상인연합회의 출범은 재래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인들의 지적과 같이 현재 중기청은 상품권을 사용 중인 전국 5개 시장의 상품권 가맹점포수와 그 이용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중기청이 현실적인 대안 없이 공동상품권을 발행한다면 지역 기업체와 공무원 등에게 강매될 수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발행되는 상품권의 경우 현재 포스코건설과 세영기업, 공무원, 기타 연합회 등에 한정 유통되고 있을 뿐 지역 소비자들에게는 사실상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전국연합회 구성에도 회의적이다.

설사 연합체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죽도시장과 같이 각 번영회별로 상반된 의견이 나올 경우 전국 재래시장 점포에서 상품권이 시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상품권 사용이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법적인 구속이나 제재방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세한 재래시장과 노점상은 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은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시장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그로 인해 판매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재래시장 활성화란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하고, 시장 상인들은 눈앞에 놓인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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