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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때 당이 쪼개지고 지리멸렬되었던 자유한국당이 최근 국민의 지지율(28.5%)이 조금 올라가자 전당대회를 20여 일 앞두고 또 4분5열로 쪼개지고 있다. 2년 전 한국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정책을 막아 줄 유일한 보수정당인 한국당이 집안싸움으로 하루도 조용할 때가 없다. 이런 당이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과연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지지를 받을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한국당이 시작한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이 정가의 코미디로 희화화되는 등 ‘영혼 없는 짓거리’로 국민들로부터도 웃음거리가 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홍준표, 안상수 등 당 대표 출마자들이 연일 황교안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자격론’을 들고나오면서 당이 친박·비박에서 ‘친황’ ‘비황’‘친홍’으로도 갈라지고 있다. 조선시대 사색당파가 따로 없는 지경이다. 자칫 전당대회도 제대로 치러 낼지 의문스럽다. 여타 당 대표 출마자들도 황 전 총리의 출마 자격론에 시비의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당은 지금 비상 상황에 처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에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정식기구가 지난해 설치돼 당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상시의 당 운영과는 달리해야 한다. 비상시국에는 비상한 방법으로도 당을 살릴 수 있는 방도라면 법률에 위반되지 않은 범위에서 당의 규칙 정도는 신축성 있게 운용해야 된다. 오늘의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있게 한 뎡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의 비책도 인용해야 한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 의욕이 있으면 당 대표가 누가 되건 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면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서라도 영입도 해야 한다. 도토리 키재기식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로서는 안 된다. ‘우리끼리 잘해보자’는 고슴도치씩으로 똘똘 뭉쳐 배타적으로 나간다면 현재의 집권당을 이긴다는 것은 하청세월이 된다.

황교안이든 누구든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 투철하고 포용적인 인물이면 사소한 규제는 없애고 같은 조건의 링 위에서 맞붙어보는 것도 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타협적인 시합에서 승리해야만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도 생기고 302만 명이라는 거대 당원을 통솔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유비의 도회지계(韜晦之計)를 본받은 뎡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을 한국당의 지도부 인사들은 배워 두어야 한다. 뎡샤오핑은 지난 1980년대부터 흑묘백묘론으로 농촌을 개혁하고 도광양회의 비책으로 국제사회에 개혁과 개방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으면서 오늘날 경제대국 중국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한국당이 지금 당 대표 자격론이라는 사소한 규정에 얽매어 집안의 그릇 깨지는 소리가 바깥에까지 나게 해서야 될 일이 아니다. 자중지란이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모두가 한 가지 큰 목표를 향해 포용력과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일당백의 정신이 살아나 차기 집권의 고지가 보이는 것이다. 서로를 죽이고자 하면 모두가 죽게 된다.

문재인 정부 내의 일부 좌파세력들의 발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걸 막을 수 있는 야당은 한국당이 유일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달으면 한국당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북의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국정 순위 최우선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안보관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한국당이 앞장서 국민들의 안보관을 고취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한다.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93)가 세상을 떠났다. 생존 위안부 할머니는 이제 23명이 남았다. 이 할머니들의 비극은 무능한 선조들 때문에 나라를 잃은 나라에 산 죄밖에 없다. 국가가 굳건하지 않으면 너와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수 있고 우리 자녀들도 위안부 할머니 같은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당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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