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차례 간소하게 지낸 뒤, 선물 나누고 휴식 등 재충전 시간

설 연휴를 앞둔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기 시작하고 있다. 연합
신(新) 명절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 그 비용으로 친척끼리 선물을 나눠 갖거나 미리 차례를 지낸 후 연휴 동안 온 가족이 여행을 가기도 한다.

30년 가까이 명절음식을 준비해온 이 모(53·여)씨는 이번 설부터는 명절 음식에 대한 부담이 없다.

차례 준비에 사용되는 비용을 과일, 넥타이, 책 등을 구매해 가족들끼리 선물하는 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당연스레 제사·차례상을 준비하던 수 십년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며칠 전부터 친척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을 중이다. 친척들끼리 1년에 한 번 모이기도 힘든 요즘,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10년 차 직장인 박 모(42)씨는 이번 설 연휴를 이용해 스키 리조트로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집안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1주일가량 일찍 제사를 지내고 명절에는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박 씨는 “시대와 사회가 변하는 만큼 명절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며 “둘째 딸의 소원이었던 스키장을 가게 됐다. 친척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여행도 떠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취업을 준비하느라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녀들에게 ‘혼술·혼밥’용 1인 설 선물세트를 보내며 응원하는 등 새로운 설 풍경을 보이고 있다.

세뱃돈의 형식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따라 ‘폰뱅킹 앱’을 통해 세뱃돈을 선물하는가 하면, 종이 상품권 대신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한 모바일 상품권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명절 차례를 연휴 전에 미리 지내거나 새로운 가족 행사로 대체한 후 나머지 연휴에는 가족 여행이나 휴식 등을 취하며 명절을 보내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추모공원인 분당메모리얼파크가 회원 3715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을 쇠는 모습과 의식변화’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가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간소화 흐름에 맞춰’(34%)가 가장 많았고, ‘종교적인 이유’(27%), ‘후대에 부담을 덜고 싶어서’(18%), ‘음식 장만 부담’(11%)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차례 대신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38%)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성묘를 한다’(31%), ‘교회나 성당에 간다’(13%), ‘국내외 여행을 간다’(9%)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지리·공간적 분리 확산,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의 파괴, 서구식 문화로 인한 개인주의로의 변화, 차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또, 가족이라는 범위가 예전보다 크게 축소돼 친인척들로부터 느끼는 소속감, 귀소의식 등이 낮아진 점과 한가지 방식으로만 명절을 지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변화하며 다양한 방법이 인정받는 모습 때문에 명절 문화가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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