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아이들이 갑자기 똥오줌을 못 가리거나 언어 능력 상실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인격체가 좀 더 발달 된 자아 조직의 단계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는 현상이다. 이를 심리학에서 ‘퇴행(regression)’이라 한다.

제1야당이자 보수 야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한국당)이 똥오줌을 못 가리는 ‘퇴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새 지도체제를 갖추고 지난 총선 이후 ‘괴멸’ 진단을 받은 보수를 복원하고 ‘감히’라며 독주하고 있는 정부 여당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통령의 복심 이라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관련 실형 선고는 물론 전 현직 도지사들의 재판, 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일탈 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신재민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등으로 국민의 정부 여당에 대한 반감이 높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반사 영향으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던 한국당의 지지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 대로 올라서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 자릿수 범위로 좁혀졌다. 하지만 지지율 30%를 눈앞에 두고 한국당의 ‘퇴행’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국당 일부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에 판을 열어 5·18 망언을 하게 했다. 6차례의 국가 기관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며 세금을 축낸다고 주장해 대다수 국민의 등을 돌리게 했다. 여기에다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벌이는 내홍, 박근혜 옥중정치, 5시간 30분 웰빙단식 등 민심과 괴리되는 퇴행적 행위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보수의 텃밭이라는 경북과 대구 지역민들까지 한국당에 대해 “신물이 난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도대체 왜들 이러나? 지지율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 제발 정신 좀 차리자”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SNS를 통해 지역민의 심정을 대신 토로했다. 한국당의 퇴행이 점입가경(?)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