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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부국장
겨울 산자락에 찬 바람을 달래던 따사로운 햇살이 붉은 노을과 함께 서산으로 넘어간다.

햇살이 떠난 겨울바람은 기세등등해지고 계곡에는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낮 동안 북적이던 등산객은 어둠이 내리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겨울나무는 홀로 남는다. 또다시 긴 겨울밤을 인내해야 한다. 햇살의 눈치에서 벗어난 찬 바람은 더욱더 차가움으로 무장한다. 이윽고 어둠과 함께 홀로 남은 나무를 포위하고 위협을 한다, 다시는 태양이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나무는 알고 있다, 내일이 쌓이다 보면 봄이 온다는 것을. 봄이 오면 가지마다 훈장 같은 새잎을 달고, 낙관(落款) 같은 꽃을 피우리라는 것을 안다.

분단 70년, 한반도는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6·25 동족상잔에 이어 길고 긴 대결과 반목의 세월을 보냈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촉발된 남북과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한반도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의 긴 인내처럼 한반도도 참기 힘든 인고의 겨울을 보냈다.

봄이 오는 길목의 땅속은 생명의 수런거림이 들려오고, 자리다툼의 치열함도 배어 나오듯이 비핵화 한반도에도 격랑( 激浪 )이 소용돌이친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두 번째 만남을 27, 28일 양일간 가진다. 지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만남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등 당사자와 주변국들이 이권 다툼으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변국들은 북한의 개방으로 지정학적 이점이 갖는 자국의 경제적 수혜에 주목하고 있다. 각자 셈법의 수 싸움이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로 자국의 위협 요소를 해소하고 북한에 거대자본이 진출해 침체한 국내 경제 회복의 촉매제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두 마리 토끼를 몰고 있는 트럼프 정권은 북한의 비핵화가 미흡해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북한은 자위를 위한 핵 무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미국과 협상을 해서 경제 제재 완화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또 종전선언으로 미국과 한국의 위협을 해소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대한민국은 관심 밖이다. 격랑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가의 운명을 판가름할 중대한 사건 앞에서 ‘진보’와 ‘보수’는 자기 세력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격랑은 ‘진보’와 ‘보수’ 어느 한 편만 데리고 떠내려가지는 않는다. ‘진보’와 ‘보수’는 같은 뿌리를 가진 공동운명체다. 싫다고 버릴 수 없는 존재다. 싫든 좋든 함께 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외면할수록 그 이득은 주변국에 간다. 일제강점기의 치욕적인 경험과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6·25 전쟁 기간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누리며 선진국 토대를 마련했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에서 ‘선’과 ‘악’은 존재치 않는다. ‘다름’만이 있을 뿐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부디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시기에는 이기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초당적인 대처를 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국가가 있어야 ‘진보’와 ‘보수’, ‘정당’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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