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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2019년 제1회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 홍보와 사전 협의를 위해 지난주에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베를린 그리고 드레스덴의 극장 및 축제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극장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번에 있을 국제어워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과 함께 각자의 극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이 최고라며 칭찬의 말들을 아끼지 않았다. 베를린 도이치오퍼의 예술감독은 극장 합창단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 성악가들이며 독일에 있는 오페라 극장 대부분이 같은 실정이라고도 말하였다.

출장 일정 첫날은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빈 극장에서 열리는 ‘Otto Edelman’국제 콩쿠르 파이널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하였다. 이날 본선에 오른 8명 중 1명이 한국 성악가였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지역 대학인 경북대학교 출신의 바리톤 이현호씨가 바로 그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타이완 등 여러 나라의 성악가들이 서로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결과 발표가 나던 때, 필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이 지역 출신 바리톤 이현호씨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출장 둘째 날은 독일 베를린으로 이동하여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성악가들과 오찬을 함께하였다. 이들 중 세 명은 2년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도이치오퍼에 파견한 성악가들이다. 이들이 기반을 잘 잡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또 다른 성악가를 파견할 때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대화 도중 올해 베를린에 있는 한 음악 대학 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음이 씁쓸하였다. 1차와 2차 심사 참가자 중 한국 학생들이 800명이나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성악가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치열한 대학입시를 뚫고 한국의 수준 높은 음악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교수님들 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성악가로 성장한다. 하지만 유럽으로 유학을 가면 그곳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다시 입시 지옥을 경험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무대에 서기까지 개인차는 있지만 유럽 성악가들에 비해 평균 10년이란 시간을 더 보내게 된다. 유럽의 성악가들은 20대에 신인으로 처음 무대에 서는 것이 기본이지만 한국의 성악가들은 대부분 공부를 끝내고 무대에 서면 30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서양 음악 장르에 비해 몸이 악기인 성악의 경우 재능이 탁월하다고 해도 전성기가 그렇게 길지 않다. 하물며 건강한 20대에 무대 위가 아닌 학교 공부를 위해 에너지를 다 소진한다면 늦게 전성기를 맞이하더라도 그렇게 긴 시간 노래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예술가에게는 무대가 스승이고 관객이 스승이다. 관객들이 찾는 무대에서 그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유명한 대학 졸업이라는 프로필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공공 극장 종사자로서 똑똑하고 실력 있는 후배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풀어 야할 과제들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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