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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서울아산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설립한 아산의료원 산하 7개 지방 병원의 모체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로 개원 서른 돌을 맞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수한 병원으로, 우리 지역에 있는 영덕아산병원도 그중의 하나다.

하루 외래 환자가 1만2000명, 연중 입원 환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장터처럼 인파가 북적인다. 거대한 건물의 드넓은 통로는 물론이고 수납 창구와 만남 카페도 인산인해다. 식당과 슈퍼와 은행이 자리한 동관 지하 복도에는 ‘서울아산병원의 역사’라는 코너가 눈길을 끈다.

국내 처음으로 환자 중심 병원을 천명했고, 서관에 이어 동관과 신관을 증축하면서 총 2700여 병상을 가진 첨단 의료 복합 단지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건립 당시 전공의 모집에 수많은 청탁성 메모가 제출됐으나, 오직 실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했다는 긍지도 밝힌다. 그때의 병원장이 미국 외과 전문의 한국인 1호 의사인 민병철 박사. 로비에 설치된 ‘나눔의 벽’에는 그분의 이름이 큼지막하다. 초창기 엄정한 일 처리가 오늘날 명성의 토양이 되었으리라.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어쭙잖은 구호(?)가 한때 돌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아산병원을 다녀오면서 그게 허언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의료 역시 서울 공화국임을 절감했다.

제법 큰 도시의 제일 큰 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차도는 고사하고 증세가 점점 악화됐다. 산소 호흡기 없이는 약간의 거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담당 의사는 원인을 모르겠다며 진지하게 권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어디가 좋으냐고 추천을 부탁하니 알아서 가라는 말투였다. 인터넷 도움으로 무작정 선택한 곳이 서울아산병원이다. 돌이켜보니 행운의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절망적인 상태로 찾아갔다가 다행스런 웃음을 지으며 퇴원했으니 말이다.

모친은 아파트 노인회 분회장을 맡고 계신다. 외로운 노인네들 모임이라 우정이 참으로 끈끈하다. 다들 음식을 건네고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고, 마침내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소식에 이제는 끝났다고 슬퍼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의사가 서류를 보면서 어떻게 이곳에 왔느냐 물었다. 대답이 궁했다. 이윽고 직원이 입원 결정 안내문을 내민다.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 체류는 24시간 이내로 제한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타원으로 보낸다는 내용. 문득 인척의 딸이 간호사로 근무하기에 연락을 취했다.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

그래도 세상은 합리적이다. 1차와 2차 의료 기관을 거쳐 상급 종합 병원으로 왔으니 순리로 해결되리라는 믿음. 결국 새벽 한 시경 병실 배정 통보를 받았다. 오늘부터 아흐레 동안 입원하고 이후엔 2인실로 이동하겠다는 서약서도 제출했다. 중증 전문 치료 병원이라 장기 입원을 원천 차단하는 포석.

우리나라 의료 병폐 중 하나는 너도나도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유명 병원을 선호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중병이나 입원 처치가 요구되는 희귀병이 아닌데도 그러하다.

그것은 서울과 지방의 진료 서비스 차이 때문이라고 여긴다. 치료에 관한 고급 정보가 집중돼 당연히 의술은 월등하지 않으랴. 게다가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 품격도 천양지차다. 괜한 일등 시민이 아니다. 그럴 만한 저변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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