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청도대남병원 산부인과 과장>

 

높은 지대에 가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동네가 있다. 가난한 것을 제외한다면 서로 인정이 있는 이웃이요, 달이 뜨는 낭만적인 것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달을 비유한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 신혼의 첫날밤을 꿀물 달이란 뜻의 허니문이라 하였고 신혼기의 방광염은 허니문 방광염이라 하였으며 신혼기에 생긴 아기를 허니문 베이비라 했다. 여기에서 꿀물이란 뜻의 허니는 남성을 나타내고 달이란 뜻의 문은 여성을 가리킨다는 것을 재론할 여지가 없다.

또 예를 들어보자. 얼굴이 달과 같이 둥근 얼굴을 달 얼굴이란 뜻의 문 페이스라 하였으니 이것은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다한 사람에게 오는 퉁퉁 부은 얼굴을 두고 아름답게 부르는 말이다.

여성의 생식기 중 질(膣)이란 것이 있다. 한자에 숨은 뜻은 달월 변에 집실이라. 달이 사는 집이란 뜻이요, 넓은 의미로는 달동네인 셈이다. 나는 이 이름이 서양의 집이란 뜻의 버지니아(vagina)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름이라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서양의 이름은 라틴어로 칼집이란 뜻이요, 여기에 칼이란 남성을 가리키는데 전쟁의 상징인 칼을 꼭 써야만 되는가 하는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한다면 달동네라 함은 동양의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적 문화와 이화에 월백하는 여백의 미를 함축한 말이라 여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나는 질이라는 한자의 옥편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달월변에 아무리 찾아봐도 허사였다. 혹시나 하여 고기 육(肉)변을 찾아보니 여기에 질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가. 뭐가 잘못되었나하고 다시 조사하였더니 틀림없는 고기 육변이었다.

남자의 심벌을 고기로 표현하다니. 나는 그 후부터 고기가 사는 집이란 뜻의 질을 한자로 쓰지 않고 소위 어문이라는 한글로 질을 쓰고 있다. 훨씬 부드럽게 들려오는 달동네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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