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동안 그루쉬는 생각에 잠겼다. 바로 이 1초가 그 자신의 운명과 나폴레옹의 운명과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발하임 농가에서의 이 1초가 19세기 전체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것은(이 불멸의 사건은) 정직하긴 하지만 참으로 평범한 한 인간의 입술에 매달린 1초였다. 그것은 황제의 저주스런 명령을 신경질적으로 붙잡고 있는 그 손 안에 있었다. 그루쉬가 지금 자신감을 갖고 이 분명한 조짐을 제대로 판단해서 명령을 어길 용기만 있으면 프랑스는 구원될 것이다. 그러나 주체성 없는 인간은 언제나 명령에만 복종할 뿐 운명의 부름에는 절대로 따르지 못하는 법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쓴 나폴레옹의 부하 그루쉬가 ‘프로이센 군을 추격하라’는 명령을 따를 것인가, 위기의 나폴레옹을 도우러 갈 것인가 결정의 순간을 묘사한 대목이다. 20년간 승승장구하며 황제 지위를 구축해 온 나폴레옹이 냉혹한 적장 영국 웰링턴 장군과의 워털루 전쟁에서 패전의 원인을 말하고 있다. 워털루 전쟁 패배의 원인은 발하임 농가에서 고뇌에 잠겼던 고지식한 부하 그루쉬 때문이었다.

나폴레옹의 충직한 부하 그루쉬는 오직 명령에만 따르는 고지식한 부하였다. 나폴레옹의 ‘프로이센 군을 추격하라’는 명령만 충실히 따라 영국군과 프로이센의 협공을 받아 위기에 빠져 있는 나폴레옹의 지원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루쉬는 나폴레옹을 도우러 가야 한다는 부하들의 조언을 강한 어조로 거절했다. 부하들은 완고한 그루쉬와 토론하기를 점차 피하게 됐다. 그들의 충성스런 조언이 모두 거절됐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고지식한 부하 지휘관 때문에 유럽의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을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했다.

문재인 정부의 관료들이 그루쉬와 닮았다. 뻔할 결과가 예측되는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에서부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상시화 되고 농업용수로 요긴하게 사용되는 4대강 보의 물을 흘려 보내고, 큰돈 들여 지은 보를 돈을 들여서 아예 허물어버릴 작정이다. 꿈을 쫓는 이상주의자 관료들이 워털루 전쟁의 패배를 부른 나폴레옹의 충직한 부하 그루쉬와 무엇이 다른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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