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이란 학문이 성립된 이후 주된 연구 목적은 문화사의 복원, 생활사의 복원 등이었다. 이후 전통 고고학의 입장을 비판하며 연구 목적에 문화 변천 과정의 연구가 추가됐다. 과거의 문화를 단순히 기술(description)할 것이 아니라 왜 변천되었는지를 설명(explanation)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고학을 ‘인류가 남긴 물질적인 자료를 근거로 과거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문화 복원은 고고학의 연구목적인 동시에 최종적인 단계로 볼 수 있다. 고고학에서 과거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 복원의 목적(기술, 사회조직, 문화변천, 상징적 의미 등)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모든 고고학적 자료의 분석과 기존의 연구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또 고고학적 이론에 의한 모델의 선정과 적용이 필요하다.

신라 왕궁터인 경주 월성 복원도 이 같은 기본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라 당시의 고환경 연구가 필수다. 고환경 연구는 발굴조사로 밝혀진 과거 동식물 자료와 지형 지질 분석 자료를 토대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살펴 봐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월성 발굴을 해 온 경주문화재연구소가 그간 발굴에서 입수한 각종 동물 뼈와 씨앗, 지형 분석 등으로 신라인의 생활환경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소는 고환경 연구에 오랫동안 기술이 축적된 일본 돗토리현 매장문화센터와 학술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돗토리현 매장문화재센터는 야요이시대(기원전 10세기~기원후 3세기) 유적을 20년 이상 조사하면서 당시 마을과 숲, 먹을거리 등을 복원한 연구기관이다.

월성 발굴의 최종 목적이 신라 왕성을 최대한 당시의 모습으로 다시 짓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이 축적돼 있는 기관과의 협력은 필수다. 경주에서 신라문화 연구와 해설을 해 온 최민희씨는 ‘복원’이란 용어 대신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쓰고 있는 ‘중창’이나, ‘중건’이란 용어를 사용하자고 한다. 아무리 고고학적 연구가 축적돼도 당대의 모습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라 왕경도 축적된 정보들을 수렴해서 복원에 가까운 중창을 하자고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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