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경북포럼위원·정치학 박사
‘안녕하십니까? 일본 오츠시에 사는 가츠코라고 합니다. 먼저 일제 강점기를 사과드립니다’ 오래전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국제친선협회의 인연으로, 일본 오츠시에 사는 친선회원의 집을 서로 교차 방문할 때 일본 회원이 전해준 편지의 첫 문장이다. 처음 인연이 되던 날 깨알같이 적은 편지에는, 자신들의 선조들이 저지른 강점기 시절을 사과하며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죄송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편지였다. 시가현 오츠시의 비와코 호수 근교에 자리 잡은 전직 부부 교사의 전형적인 일본주택에서 5명의 우리 가족은 이틀을 머물며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귀국 후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이메일을 주고받던 어느 날 ‘아베’가 수상으로 당선되어 친선교류가 걱정이 된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친미. 친서방 노선으로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수상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우 정치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10억 엔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한 굴욕적인 위안부협상에서 사과 한마디 없이 과거사와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철면피한 모습에서, 곧장 우리 정서와 다른 정치인을 ‘아베 수상’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집권 후 강한 일본을 표방하며 우익세력들의 내부결집을 위해 스스럼없이 밖으로 독설을 쏟아내는 것은 자신의 이념과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이다. 전쟁 가능 국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등 노골적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아베 총리를 보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강점기를 사과한다는 대부분의 일본인과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온 일본 정치인들의 행보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 듣지 않도록 하라”고 한 발언에 이어 “국민이 반민특위로 분열됐다”고 한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이다. 여당은 당연히 국가원수 모독이자 국민 모독이라며 강력한 유감과 함께 “일본 아베 총리의 수석대변인 나베로의 빙의였다”고 비꼬아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자위대 창설 50주년에 참석하며 친 일본 인사로 각인되어 있는 야당 원내대표의 거취는 친아베로 표현되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에서 일본을 두둔하는듯한 발언으로 국적논란과 지탄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이번 발언으로 일본의 혐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아 친 ‘아베’의 성향을 공고히 한 제1야당 원내대표는 친일의 꼬리표를 떼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반민특위는 친일청산을 위해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와 친일파들의 노골적인 반대로 1년 만에 와해되었다. 따라서 결과를 중시하는 정치학의 목적론에서 ‘인과응보’에 대한 결과를 회피함으로 발생된 대가가 반성하지 않는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지금 지탄이 되고 있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의 발언과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친일청산은 국론 분열”이라는 야당대표의 발언은 반민특위의 역사를 모독하는 친일적 발언이며, 국민의 생각과 상반되는 매우 위험한 궤변이다.

‘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인터뷰에 ‘극히 부적절한 내용으로, 정말 놀랐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아베’ 총리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남북경협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 언급한 ‘고노’ 외상의 발언만 봐도 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얕잡아보는지 알 수 있다. 정치인의 발언은 어느 쪽이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아베’와 ‘고노’의 발언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국익을 위한 발언이다. 따라서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위한 발언을 해야 함이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 과거사는 ‘국론 분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을 볼 때, 누구를 위한 정치인인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하는 비난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제되지 않는 발언을, 서로가 서로를 증오의 독설이라고 편 가르기 전에, 무엇이 진정 국익을 위한 발언인지 깊이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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