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서’는 이집트 신왕조 시대 이후, 미라와 함께 묻은 지하 세계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두루마리다. 죽은 이들이 안전하게 다음 세상에 도착하길 기원하는 기도문과 여러 가지 사건에 부딪힐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 또 신들에 대한 서약이 적혀 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한 곳인 이집트의 윤회론적 사고의 일면을 보여주는 설화와 문서다. 윤회의 고리를 끊어야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과 일맥상통한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바다를 ‘화장찰해(華藏刹海)’라고 한다. 그 우주 바다의 중심에 수미산이 있다. 수미산의 꼭대기에는 천상세계가 있고 중간에 인간계가 있다. 인간계 아래에는 지옥이 있다. 그 중앙을 표시하는 색깔이 황색이어서 ‘황천’이라고 한다. 인간이 죽으면 ‘황천으로 간다’고 하는 말이 여기서 왔다. 중앙에는 비로자나불이 있고, 그 세계로 가는 것이 윤회가 끊어지는 열반이다. 하지만 현세에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수미산으로 들 때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해 바람에 날려 구천 세계를 떠돌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고대 우주론적 사고체계가 비슷한 이집트의 대표적 유적도시 룩소르시와 불교 역사문화의 본고장 경주시가 교류협력 결연을 맺었다. 지난 14일 주낙영 경주시장과 무스타파 모하메드 룩소르 주지사가 손을 잡았다. 룩소르시는 이집트 신왕국(기원전 1550~1069년)의 수도였던 곳으로 유명한 투탕카멘 황금가면, 카르낙 신전, 룩소르 신전, 왕들의 계곡 등 고대 유적들이 넘치는 곳이다. 동질성이 많은 양 도시의 역사문화와 교육, 스포츠 등 우호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죄짓지 않고 살아야 내세의 이상향에 도착한다’는 고대의 비슷한 윤회적 세계관을 가진 양 도시가 어떤 문화교류를 열어 갈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