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약 500년간 사용 수혈·석축 해자서 다종 유물 확보
판벽 목조 등 1호 해자 전 구간 걸쳐 확인…당시 재현 본격화

출토 식물자료로 그려 본 월성 해자 5세기 어느 여름날 풍경.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일 공개한 경주 월성 해자 정밀발굴조사 결과 신라인들의 동물 이용 흔적과 왕궁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동물뼈와 식물 씨앗이 유독 많이 발견됐다.

이번 조사 결과 월성 해자에서는 멧돼지, 말, 개, 소 ,사슴류, 곰 뿐 아니라 바다에 사는 강치, 상어와 같은 것들의 뼈도 확인됐다.

출토된 동물뼈 가운데 멧돼지류가 전체의 30%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6개월 전후의 어린 멧돼지뼈가 26개체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돼, 신라인들이 어린개체를 식용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했던 것을 시사해 준다.

실제 출토된 멧돼지 아래턱뼈를 조사한 결과 생후 6개월 안팎이 36%로 가장 많고, 이어 12개월 11%, 18개월 9%, 24개월 15%, 30개월 이상 29%로 나타났다.

이처럼 어린개체가 많다는 것은 5세기 신라에서 이미 사육과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 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고대 사회에서 중요한 자원인 소의 견갑골(어깨뼈)를 이용한 점복의 흔적이 있는 복골도 확인됐다.
월성 해자 수생식물 세부 복원도.
특히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서식하지 않는 곰의 의 앞팔뼈와 뒷굼치뼈 등 특정 부위가 집중적으로 출토돼 특수한 목적을 위해 집중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출토된 곰의 아래턱뼈에서는 해체한 흔적이 확인돼 월성해자 주변에서 곰을 해체한 것을 알수 있다.

이는 신라인들이 죽은 곰을 가져와 해체한 뒤 가죽으로 특정한 물건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바다사자(강치)의 뼈도 다양한 부위 10여점이 확인됐으며, 상어는 척추만 10여 점이 출토됐다.

고대인 식생활을 알려주는 또 다른 실마리는 해자에서 출토된 2만~3만 점에 이르는 씨앗과 열매다.

월성해자에서는 1mm이하 체를 이용한 세밀한 식물유체 선별 작업을 진행해 현재까지 63종의 씨와 열매류를 확인했다.

이는 신라시대 숲과 초지 등이 이루는 경관, 사람과 식물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자료이다.

특히 월성에서는 곡류, 채소류, 과실류, 견과류, 향신료 등의 식물이 매우 다양하게 소비됐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월성 해자 인접한 주변에는 초본류, 풀이 주로 자라는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비교적 시야가 확보된 공간이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북편인 지금의 계림과 소하천인 발천 일대를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으로, 여름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펼쳐졌을 것이고, 가을에는 노란빛, 주황빛, 붉은빛으로 다양한 단풍 색을 띠는 공간이 연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지난달 일본 돗토리 현 매장문화재센터와 고환경 연구를 위한 협약을 했는데, 월성도 식생을 복원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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